제일약품의 ‘자큐보’가 출시되며 국내 위장약 시장에 삼파전 구도가 본격화했다. HK이노엔과 대웅제약이 선점하던 3세대 위장약 시장 판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토종 신약 삼총사 간 시장 선점 경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제일약품, 동아에스티와 공동판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2조 시장…HK이노엔·대웅·제일약품 '삼국지'
제일약품은 1일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정’을 출시한다고 30일 밝혔다. 제일약품이 자체 개발한 신약을 시장에 선보이는 것은 창업 65년 만에 처음이다.

자큐보는 제일약품의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지난 4월 국산 37호 신약으로 허가받은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다. 위식도역류질환은 비만, 고혈압처럼 생활 수준이 높은 국가에서 환자가 증가하는 일종의 ‘선진국형 질병’이다. 국내 환자는 500만 명이 넘는다.

자큐보는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보험 약가는 20㎎ 정당 911원이다. 판매는 제일약품과 동아에스티가 함께 맡는다. 제일약품은 지난달부터 서울 대구 대전 부산 광주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론칭 심포지엄을 열고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들어갔다.

○P-CAB 시장 쟁탈전 ‘후끈’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는 지난 20년간 세계 위장약 시장을 장악한 2세대 치료제(프로톤 펌프 저해제·PPI)를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약효가 빠르고 복용 편의성이 우수해서다.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하루 한 번만 복용하면 되는 데다 한밤중 속쓰림 같은 부작용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BCC리서치에 따르면 주요 17개국에서 P-CAB 치료제 시장은 2015년 610억원으로 작았지만 연평균 25.7%씩 커져 2030년에는 1조876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200여 개 품목이 경쟁 중인 2세대 치료제와 달리 P-CAB 치료제는 이제 개화하는 분야다. 세계 주요국에서 허가받은 품목은 5개뿐이다. 일본 다케캡과 중국 베이웬을 제외하면 3개 모두 국산이다.

P-CAB 국내 선두주자는 HK이노엔의 ‘케이캡’이다. 2019년 국내 출시된 케이캡은 지난 7월까지 누적 처방실적 6174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신약을 통틀어 가장 빠르게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등 HK이노엔의 효자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2021년 출시된 대웅제약의 ‘펙수클루’도 지난 5월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2분기에는 오랫동안 경쟁 관계였던 종근당과 공동판매를 시작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5% 급성장했다.

자큐보의 가세로 P-CAB 계열 위장약 시장 선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경쟁 약물 대비 약가가 30%가량 낮아 후발주자지만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고 했다.

○해외에서도 ‘토종 3사’ 격돌

HK이노엔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공략하기 위해 세벨라파마슈티컬스를 통해 케이캡의 미국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칠레 도미니카공화국 등 45개국에 진출했고 중국 필리핀 멕시코 등에서는 판매를 시작했다. 대웅제약은 8월 멕시코 칠레 에콰도르 등 중남미 3개국과 필리핀 등 아시아 5개국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중국 브라질 등 11개국에서는 품목허가 심사를 진행 중이다. 인도 아랍에미리트 등 14개국과 수출계약을 맺고 시장을 넓히고 있다.

제일약품은 지난해 중국에 자큐보를 16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지난 5월에는 인도, 8월 초에는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19개국에 기술수출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