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콜라 마셔요"…MZ들 사이 불티나게 팔린 음료 [김세린의 트렌드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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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음료 브랜드 '닥터페퍼' 성공 이야기
개성 추구 MZ '긱슈머' 홀렸다
SNS 이색 레시피로 인기 확산
'부동의 점유율 2위' 펩시 제쳐
탄산음료 브랜드 '닥터페퍼' 성공 이야기
개성 추구 MZ '긱슈머' 홀렸다
SNS 이색 레시피로 인기 확산
'부동의 점유율 2위' 펩시 제쳐

지난 6월 미국 방송 CNN이 이런 보도를 내고 탄산음료 브랜드 ‘닥터페퍼’의 성장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오랜시간 변화가 없던 미국 탄산음료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는 내용인데요. CNN은 “일부 마니아층에만 사랑받으며 고전하던 닥터페퍼가 젊은이들 사이 콜라를 대체할 인기 브랜드로 급부상했다”고 짚었습니다. 최근 한 미국 광고 마케터는 “닥터페퍼의 인기가 이 추세대로면 단숨에 코카콜라를 앞지를 것”이라고도 평가했습니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을 이어오던 닥터페퍼가 주목받고 있는 건 독특한 취향과 개성을 중요시하는 ‘긱슈머’들 덕분인데요. 긱슈머는 괴짜를 뜻하는 ‘긱’(Geek)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대중적이지 않은 아이템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해 취향을 표현하는 소비자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대중적인 상품이 아닌 비주류 상품을 찾아 자신만의 취향을 드러내는 특징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긱슈머들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성장한 닥터페퍼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펩시 누른 닥터페퍼, ‘긱슈머’ 덕분이었다

하지만 긴 브랜드 역사와 비교하면 닥터페퍼는 소수에게만 사랑받은 비주류 제품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 탄산음료 시장에서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2004년의 경우 닥터페퍼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5.57%로 코카콜라와 펩시, 스프라이트, 다이어트 코카콜라에 밀려 5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며 분위기를 반전시켰습니다. 여러 외신 매체는 이를 두고 “차별화된 제품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개성을 추구하는 MZ(밀레니얼+Z)세대를 제대로 겨냥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영향력을 키워가던 닥터페퍼는 2018년 미국 커피 제조 회사 큐리그에 합병돼 사명을 ‘큐리그 닥터 페퍼’로 변경했는데요. 이후 닥터페퍼는 콜라가 아닌 ‘다양한 맛을 띄는 간식 음료’로 브랜딩에 나섰습니다. ‘닥터페퍼 마시멜로우’, ‘닥터페퍼 팝콘’ 등 협업 제품을 선보이면서 긱슈머들의 도전적이고 독창적인 성향을 충족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미국 내 닥터페퍼 매출은 148억 달러(약 20조 5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그렇게 닥터페퍼는 부동의 2위 펩시를 제쳤습니다. 시장조사 업체 비버리지 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탄산음료 시장에서 닥터페퍼는 8.34%의 점유율을 기록, 무알코올 탄산음료 중 2위에 올랐습니다. 8.31%의 점유율을 기록한 펩시를 0.03%포인트 차이로 밀어냈습니다. 같은 기간 코카콜라가 19.18%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면서 2배가량 차이를 벌렸지만, 2022년에만 해도 닥터페퍼의 점유율이 8.22%, 펩시의 점유율이 8.57%였던 것을 고려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확실한 성과입니다. 1년 사이 0.37%포인트의 격차가 좁혀졌고요.



한국 코카-콜라사도 국내에서 성장하는 제로 탄산음료 시장에 맞춰 제로슈거 제품을 출시했고, ‘닥터페퍼’ 오리지널과 ‘닥터페퍼 제로슈거’ 2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충성도와 독창적인 소비 방식이 화제가 되며 긱슈머들이 선택한 제품이 주류 시장으로 확산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엔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 층이 찾는 트렌드는 빠르게 변합니다. ‘왜 이걸 먹고, 찾고, 즐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젊은 문화. 유통업계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이 즐기는 것들이 기업 마케팅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깁니다. 다양한 트렌드를 다루고 연구하는 김세린의 트렌드랩(실험실)에서는 ‘요즘 뜨는 것들’을 소개합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