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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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전통 의식 '하카'(haka)는 이 나라의 국보급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그동안 최다 인원이 참여한 하카 공연의 세계 기록은 프랑스가 보유하고 있었는데, 최근 종주국 뉴질랜드가 꼭 10년 만에 이를 깨고 새로운 신기록을 경신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오후 뉴질랜드 최대 도시 오클랜드에 있는 이든파크 럭비 경기장에서 무려 6531명이 참가한 가운데 하카의 일종인 '카마테'(Ka Mate) 공연이 펼쳐졌다. 이는 지난 2014년 9월 프랑스에서 세워진 최다 인원 참여 기록을 돌파한 것이다. 당시 프랑스 한 도시에서 열린 럭비 경기 직후 4028명이 한꺼번에 하카 공연을 펼쳐 세계 신기록으로 등재됐던 바 있다.

새 기록을 세우기 위해 성인 남녀는 물론 어린이들까지 대거 하카 공연에 동참했다. 6500여명이 동시에 발을 구르는 등 격렬한 동작을 선보이고 엄청난 함성까지 내지르면서 경기장 관중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들은 청각장애를 느낄 정도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애초 행사 주최 측은 1만명 이상이 참가할 것을 기대했으나 6500여명에 그쳤다. 그래도 프랑스에 빼앗긴 세계 기록을 10년 만에 되찾았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주최 측 관계자는 "하카는 우리의 국보급 문화유산으로 뉴질랜드인들에게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세계 기록을 프랑스에서 다시 뉴질랜드로 갖고 올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는 프랑스에서 세계 신기록이 수립된 뒤 자국민 5000명 이상이 참여한 하카 공연을 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기네스 세계 기록 담당자가 없어 이는 공식 인증을 받지 못했다. 이번에는 기네스 심판관이 참관해 하카 공연 참가자 수를 일일이 센 끝에 6531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하카는 과거 마오리족이 전투에 앞서 전사들의 사기를 고양하기 위해 실시한 의식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월이 흐르며 전쟁과 무관하게 새로운 이웃이나 귀중한 손님을 환영할 때, 장례식에서 고인을 추모하거나 결혼식에서 부부를 축하할 때 등에도 하카를 하는 것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오늘날 뉴질랜드를 방문한 외국 정상들은 마오리족의 하카 공연으로 환대받는다.

예전에는 마오리족만의 전통 의식이었으나 럭비 등 스포츠 경기에서 뉴질랜드 대표팀이 시합 시작 전에 하카를 하는 것이 전통으로 자리를 잡았다. 마오리족이 아닌 백인들도 하카를 뉴질랜드의 상징이자 정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