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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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촌동 내 첫 리모델링 단지인 ‘이촌 르엘’(이촌현대 리모델링) 현장에 ‘공사 중단 예고’ 현수막이 걸렸다. 기존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협약에 따라 분양을 하거나 대출을 차환해야 하는데, 조합이 공사비나 입주일은 정하지 않고 사실상 ‘백지 연대보증’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원만한 사업 진행을 위해 대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기한이익상실(EOD) 전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 29일 이촌 르엘 조합원들에게 도급공사비와 입주예정일 확정을 위한 대화를 요청하며 금융기관의 기한이익 상실 땐 공사를 중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장 입구엔 공사 중단 예고란 내용의 현수막도 내걸었다.

이촌 르엘 리모델링 조합은 롯데건설의 연대보증을 통해 PF 대출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출 약정에 따르면 다음 달 21일까지 일반분양에 나서야 하는데, 조합이 리모델링 현장의 토지를 완전히 확보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분양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조합은 PF 차환을 준비하고 있는데, 시공사는 조합의 무조건적인 연대보증 요구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비와 공사 기간 등이 확정되지 않아 사업성을 판단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3000억원에 달하는 지급보증부터 할 순 없다는 것이다.

조합 측은 우선 시공사의 지급보증으로 차환을 한 뒤 공사 조건을 협상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롯데건설은 리모델링 사업의 특성상 구조보강 등 공사비 확정이 먼저라고 설명한다. 조합의 요구로 지하 증축 등 설계변경이 많은 데다가 4년 전과 달리 원자재값 상승으로 공사비를 다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사 기간 역시 입장이 다르다. 시공사는 토지 확보 문제와 인허가 지연, 설계 지연 등 시공사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사업 기간이 길어졌고, 조합이 요구하는 지하 증축까지 하려면 최소 16개월의 공사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촌 르엘은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첫 리모델링 사업지다. 2020년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는데, 1974년 준공된 단지로 50년이 경과해 구조보강 등 공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리모델링이 끝나면 최고 15층, 8개 동, 653가구 규모 단지가 최고 27층, 9개 동, 750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롯데건설은 대화를 통해 사업을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조합 측에 사업 조건에 대한 대화를 여러 차례 요청해왔다”며 “기한이익상실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조합과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