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유례없는 AI 투자…4분기 증시, 비관보다는 낙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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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유례없는 AI 투자…4분기 증시, 비관보다는 낙관을
[마켓칼럼] 유례없는 AI 투자…4분기 증시, 비관보다는 낙관을
美 증시 5년 만에 9월 상승
미국 증시는 많은 전략가들의 부정적인 전망과 달리 5년 만에 9월 상승이라는 이변을 보였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있고, 고용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연준이 기준 금리를 0.5% 인하했다. 이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면서 리세션을 피하고 경기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투자가들이 판단했다.

여기에 트럼프와 해리스의 첫 TV 토론 이후 해리스의 우세로 기울면서 대선 결과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고 있다. 7월과 8월의 선조정으로 과매도권에 진입하며 반등이 모색되었고, 연초 이후 상승했던 빅테크의 조정 국면에서 그동안 소외되었던 가치주와 중소형주가 강하게 반등했다. 전통적인 싸이클 산업인 소재, 산업재, 소비재의 '키 맞추기' 상승으로 증시 에너지가 순환되면서 빅테크의 반등을 위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리 인하 효과는 약 12개월 정도 후행하지만, 심리적인 요인은 금융 시장이나 서비스 시장에서 선반영되기 시작한다. 고용이 급격히 위축되지 않는다면 경기와 주식 시장 모두 약 1년간 긍정적인 움직임이 예상된다.

한국 증시도 저점 확인
한국 증시는 OECD 주요 국가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외인이 올 들어 7월 초까지 26조 원에 달하는 주식을 순매수하며 상승을 주도했지만, 이후 미 빅테크 조정, 엔캐리 트레이드 되돌림과 반도체 피크 아웃 논리가 시장을 지배하며 올 순매수 금액의 반인 13조 원을 2개월 동안 순매도했고, 이는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추석 전후로 저점을 형성한 후 기업 이익 증가 기대와 역대급 저평가에 대한 인식으로 시장은 서서히 반등하고 있다. 연말 시행 예정인 금투세가 시장 전반을 짓누르고 있지만 이번 주에 개최될 민주당의 2차 원내 토론회를 기점으로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 3년 유예로 결론지을 가능성이 높아 상승세로의 복귀가 기대된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체인의 이익 추세는 레거시 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인해 다소 굴곡이 예상되나 결국 상반기의 상승 흐름으로 재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강력한 통화 완화책으로 해외 자금의 일부가 중국 시장으로 집중되지만, 연말로 가면서 성장세가 강한 한국 시장으로의 복귀가 전망된다.

미국 경제와 증시가 예외적으로 강한 이유
미국 경제와 증시에 대한 예측이 최근 들어 과거 통계적 분석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고, 전문가 예측에 대한 신뢰성도 매우 낮다. 1980년대 이후 매번 반복되었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과 2년물 수익률의 차이인 장단기 금리차(Yield Curve)의 역전에도 불구하고 리세션은 없었고 이제는 금리차가 정상화되었다.

3개월 평균 실업률이 1년 저점보다 0.5%P 이상 하락하면 예외 없이 리세션이 진행된다는 삼의 법칙(Sahm's Rule)도 고안자인 삼 박사가 부정하듯이 이번에는 리세션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미국 S&P 500 지수는 고금리 환경에서 주가수익비율(PER)이 23배 수준으로 최근 15년간 가장 높은 수준임에도 신고가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예외적인 미국 강세 현상에 대한 이유를 살펴보자. 먼저 풍부한 유동성인데 금융위기 이후 풀린 자금이 채 환수되기도 전에 코로나19로 인해 추가적인 자금 집행이 이루어졌다. 또한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응책으로 탈중국을 선언한 미국의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으로 TSMC, 삼성전자, 도요타 등을 위시한 주요 기업들이 자국 투자 대신 미국 투자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AI 기술 지배력도 한 몫 한다. 모든 국가와 기업들의 AI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투자에 미국 기업들이 결정적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 글로벌 투자가들이 성장과 유동성이 담보되는 미국 증시로 몰리고 있고 실제로 구조적 장기 성장을 이끄는 기업들의 대부분은 미국에 있다. 중요한 것은 과거에 없었던 이 추세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사실이고, 이로 인해 과거의 분석 기법으로 미국 경제와 증시를 예측하는 것이 예전 같은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미국 대선
개별 산업이나 기업 관점에서는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지가 중요하지만, 경제나 주가지수에 대한 전반적인 영향은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기업에 유리한 정책과 감세로 기업 이익 증가로 이어져서 증시에 유리하지만, 트럼프의 경우 법인세 인하에 대한 보완책으로 관세를 올리면서 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여기에 특유의 예측 불허한 언행으로 정책 불확실성을 증가시킬 수 있어서 증시의 긍정적 영향을 제한한다. 민주당의 법인세 인상은 하원과 상원의 동의를 거쳐야 해서 공화당이 하원을 지키는 한 소폭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며, 인상하더라도 여러 가지 법인세 면제 조항으로 실제 유효 인상 폭은 제한적이다. 이에 더해 미 기업들이 세금 인상분을 비용 절감과 가격 상승을 통해 흡수하는 전략으로 기업의 이익 마진은 장기 추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후보자가 결정되고 나면 시장은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인하와 경기 싸이클
미국은 9월 빅컷에 이어 추가적으로 24년 50bp, 25년 100bp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되고, 이는 주택 투자 회복과 ISM 서비스업 지수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 컨퍼런스 보드의 경기선행지수(LEI)도 3년 간의 하락을 마무리하고 11월 정도에 저점 기록이 예상되며, 이는 경기싸이클의 상승세 연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빅컷 이후 미국은 성장주인 빅테크를 중심으로 이익이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고 ROE, 고 마진 기업군이 부각되고 있고, 이는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중국의 강한 통화 완화 정책에 힘입어 중국 관련 제약/바이오, 소재, 소비재 부각이 예상되나 밸류에이션에 근거한 선별적인 투자와 순환매를 염두에 둔 효율적인 투자가 효과적이다. 특히 4분기에는 계절적으로 내년 이익 성장 폭이 큰 기업군의 움직임이 주목받을 것이고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를 시작해서 내수 부양에 힘을 보탤 것이어서 한국 시장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는 언젠가부터 성장주가 아닌 싸이클 주식으로 인식되었고, 이는 주가 예측에 비교적 유용했다. 2년 상승, 2년 하락의 4년 주기에 실제 이익이 증가하기 1년 전부터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고점을 기록한 시점은 매출액 상승률 정점 혹은 분기 이익 정점의 약 1분기 전이었다.

그럼에도 매출/이익 싸이클이 한 차례 급상승 후 급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고점 예측이 쉽지 않은데, 특히 예외적인 빅싸이클에는 추세 예측이 더욱 복잡하다. 이번 메모리 업체의 상승도 20개월 정도 지속되었지만, 경기 싸이클과는 다소 엇갈리고 있다.

경기 과열이 아닌 인플레이션 상승에 의한 금리 인상 퍼레이드 이후 경기 하락이 아닌 인플레이션 진정으로 금리 인하가 시작되었고, 초유의 강력한 AI 수요가 예상되어서 경기 싸이클의 연장과 맞물려 반도체 싸이클 고점을 맞추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주가는 반복되는 경향이 있지만 주가 흐름의 폭과 전환 시점을 누구도 정확히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수퍼 싸이클이 도래하는 경우는 더욱 복잡해서 열린 마음으로 업황과 주식 시장의 흐름을 예측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 급락 요인은 내년 HBM 공급 과잉 우려, 기존 범용 D램과 낸드의 최종 수요 부진, 중국의 저가용(DDR4 이하) D램 공급 증가인데 중국 공급 증가는 수요가 많이 증가하고 있는 고가용(DDR5) D램에서는 크게 우려할 바는 아니다. D램과 낸드의 최종 수요 제품인 PC, 스마트폰 시장은 글로벌 통화 완화 정책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결정적인 열쇠는 HBM의 수요와 공급이다.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인 산제이 메로트라가 IR 컨퍼런스에서 언급했듯이 25년분이 완판되었고 26년까지 공급이 수요를 맞추기 어려울 수도 있다. 25년에 25억 기가바이트의 HBM 예상 공급량을 초과하는 수요가 형성될 수 있을지의 여부가 변수인데 AI가 장착된 PC와 스마트폰의 대거 출시로 초과 수요 가능성이 작지 않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컴퍼니는 글로벌 AI 시장이 2027년에 23년의 5배 수준인 1조 달러 규모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가장 큰 이유로 기업과 각국 정부가 효율을 높이기 위해 AI 기술을 적극 도입하면서 더 큰 AI 시스템과 데이터 센터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들었다. 지금은 AI 시장의 진화 가능성과 관련 주요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열린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테슬라와 친환경 연관 산업
아직은 불확실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해리스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어서 친환경 산업에 관심이 필요하다.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고 있지만 결국은 대선 후 강력한 친환경 정책이 실행으로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 지구 온난화는 필연적이고 모두 실감하고 있어서 이 추세를 막아야 할 다급한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저가용 국민 전기차 생산을 다시 계획할 경우 상황은 급 반전될 것이다. 여기에 로보택시를 기점으로 자율 주행이 실현된다면 친환경 관련 산업의 강한 부활이 예상된다. 전기차, 배터리, 풍력, 태양광, ESS, 전력기기 산업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

10월 전망
9월에 미국과 한국 증시가 모두 바닥을 치고 상승으로 전환했다. 미국은 S&P 500 지수 기준 42번의 신고가를 기록했고 1990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20% 이상 상승하는 이색적인 기록도 예상된다. 이는 1995년 이후의 상승세와 유사한데 당시에는 중 연준 기준 금리가 5% 이상에서 장기간 유지되면서 기록되었지만, 이번에는 기준 금리가 3%를 향해 가는 여정이어서 내년까지 골디락스식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각 산업별, 주제별로 순환 상승하면서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AI 인프라 투자와 응용 산업 투자의 지속성도 각 경제 주체의 전방위적인 효율화에 대한 열망이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미 대선 경쟁이 박빙으로 전환되고 예상하기 어려운 지정학적인 변수가 전개되면 10월에 약간의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 또 외인의 중국 증시 재진입으로 한국 시장에서의 매도세가 조금 더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현안인 금투세 시행이 3년 유예로 조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되어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연말 장세가 기대된다. 매우 강한 페넌트 형 매매 양상을 보이고 있는 엔비디아와 TSMC가 적정 기간을 메우고 전고점을 상회하며 상승으로 전환되면, 지나치게 하락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상승세로 전환되고 코스닥 시장도 회복할 수 있다. 두 시장 모두 현재는 지나친 과매도 국면이다. 이번 4분기는 비관보다는 낙관적인 시각이 유리한 계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