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서울 강북 지역 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4구역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간 2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두 건설회사가 맞붙으면 2007년 단독주택 재건축 1호 사업인 서울 동작구 ‘정금마을 재건축’에서 대결한 후 17년 만에 시공능력평가 1, 2위 건설사 간 경쟁이 이뤄진다. 당시 수주전에선 현대건설이 승리하며 ‘이수 힐스테이트’가 들어섰다.

한남4구역 '빅매치' 성사되나…17년 만에 만난 삼성 vs 현대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조합 사무실에서 시공사 선정 현장 설명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등 7개사가 참석했다.

지난 8월 입찰공고를 낸 한남4구역은 용산구 보광동 360 일대에 지하 7층~지상 22층, 51개 동, 2331가구 규모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1조5723억원이다. 공사비는 3.3㎡당 940만원으로 한남뉴타운 사업지 가운데 가장 비싸다. 입찰보증금만 500억원에 달하는 데다 개별 홍보 등 입찰 참여 규정을 위반하면 자격을 박탈하고 업체 공동 참여(컨소시엄)도 불가하다는 조항을 담는 등 다른 정비 사업지보다 입찰 장벽이 높다.

당초 3파전이 예상됐지만 포스코이앤씨가 최근 입찰 참여 의사를 접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양자 대결 구도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삼성물산은 2년 전부터 제안서를 준비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래미안 원베일리, 래미안 원펜타스 등 인기 주거지에서 높은 브랜드 점유율을 조합에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도 수주 의지가 강하다. 한남3구역에 이어 바로 옆에 붙은 한남4구역까지 석권해 ‘디에이치 하이엔드 브랜드타운’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최근 한남3·4구역 간 연계 시공 계획도 알려졌다. 두 구역을 연계해 아파트를 지으면 여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현대건설 측 설명이다.

한남뉴타운은 5개 구역 중 1구역(존치관리)을 제외하고 2~5구역에서 사업이 진행 중이다. 2구역은 대우건설이, 3구역은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5구역은 수의계약을 통한 DL이앤씨의 시공이 유력한 상황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한남4구역 수주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이유는 높은 사업성 때문이다. 조합원 수가 1160명으로 많아 보이지만 2·3·5구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또 한남4구역은 공공임대주택 350가구를 제외한 1981가구가 일반분양으로 공급된다.

조합 관계자는 “강북 최고 뉴타운이라는 자부심이 있어 기대가 크다”며 “한강 건너 ‘원베일리’급을 기대하는 조합원도 있다”고 말했다. 두 건설사 간 2파전 구도는 오는 7일까지 입찰 확약서를 제출한 뒤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합은 내년 1월 18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시공사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