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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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의 외교적인 노력이 담겨 있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재미국화성돈조선공사관)이 미국의 국가사적지(NRHP)로 공식 등재된 것을 기념하는 동판 제막식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렸다.

이 건물은 1887년 조선의 초대 주미 전권공사인 박정양이 미국에 특파된 후 1889년 2월부터 주미 공관으로 쓰였다. 워싱턴DC의 19세기 외교 공관 중에서 원형을 간직한 유일한 건물이다. 지난달 11일 미 국가사적지로 공식 지정됐다.

로건서클에 있는 대한제국공사관 건물 앞에서 열린 이날 제막식에는 조현동 주미대사(오른쪽 세 번째)와 찰스 샘스 미 국립공원청장(왼쪽 세 번째) 등이 참석했다. 조 대사는 “작년에 우리는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했지만, 사실 양국 외교관계는 142년 전인 1882년 한미수호통상조약 체결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1889년 이곳에 한국 최초의 외교 공관이 개설된 배경을 소개했다.

이어 “140년 뒤 한국이 미국의 가장 가깝고 없어서는 안 될 동맹국의 하나가 될 줄은 몰랐을 것”이라며 “한·미 간 영원한 우정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샘스 청장은 축사에서 “이 건물은 한·미관계의 오랜 역사와 관련된 주요 사건을 목격했고, 방문객들이 그 역사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며 “국가 사적지로 등재될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1877년 지어진 이 건물은 1905년 을사늑약으로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까지 외교 무대로 활용됐다. 일본 측에서 5달러에 사들여 팔아 버린 이 건물을 되찾자는 운동이 1990년대 후반 재미 한인사회에서 시작됐고, 2012년 국가유산청에서 매입에 성공해 2018년부터 현재 형태로 국민에게 공개(예약 후 방문 가능)하고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