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리로 선출된 이시바 >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를 필두로 한 일본 새 내각이 1일 공식 출범했다. 일본 도쿄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이시바 총리가 박수를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총리로 선출된 이시바 >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를 필두로 한 일본 새 내각이 1일 공식 출범했다. 일본 도쿄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이시바 총리가 박수를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제102대 행정부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 내각이 1일 출범했다. 방위상 출신과 무파벌 인사를 대거 중용했다. 내각 출범과 함께 일본 정치권은 총선 체제로 본격 전환한다. 금융소득 과세 강화 등 증시에 부정적인 공약을 수정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日 이시바 내각 출범…무파벌 전진배치
지난달 27일 당선된 이시바 집권 자민당 총재는 이날 임시국회 중·참의원에서 각각 과반 표를 얻어 새 총리로 선출됐다. 1885년 내각제 도입 후 초대 총리인 이토 히로부미 이후 제102대 총리다. 이시바 총리는 나루히토 일왕에게 임명장을 받고 새 내각을 정식 발족했다. 이시바 총리는 “도망치지 않는 내각, 실행하는 내각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안보통’답게 새 내각을 본인 포함 4명이나 방위상 출신으로 꾸렸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 나카타니 겐 방위상이 모두 과거 내각에서 방위상을 거쳤다. 이와야 외무상은 2019년 방위상 퇴임 전 “한·일 양국이 외교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안보에서는 한·일, 한·미·일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며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가 온건한 역사 인식을 지닌 만큼 집권 기간 윤석열 대통령과 전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구축한 한·일 관계 협력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시바 총리가 방위력 증대를 주창해왔고,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 등을 강력하게 추진하면 갈등을 빚을 소지도 있다.

이시바 총리는 총재 선거 결선 투표 때 자신을 지지한 기시다 전 총리,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측 인사도 배려했다. 절반 이상은 무파벌 인사로 구성했다. 이시바 총리를 포함해 각료 20명 중 12명이 기존 파벌에 속하지 않았다. 반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이끌던 기존 최대 파벌 ‘아베파’ 출신은 모두 배제했다. 13명은 첫 입각이다. 쇄신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랫동안 온건파 비주류로 당내 탄탄한 인맥을 구축하지 못한 이시바 총리가 모리야마 히로시 당 간사장 등에게 의존하면서 정부가 아니라 당이 정권 운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권 삼두 체제가 ‘스가·모리야마·기시다’로 바뀌었다는 견해가 자민당 내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점진적 금리 인상, 금융소득 과세 강화 등을 내세운 ‘이시바노믹스’ 쇼크로 전날 4.8% 급락한 닛케이지수는 이날 1.93% 오른 38,651에 장을 마쳤다. 엔화 가치는 다시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달러당 144엔대에서 움직이며 전날(142엔대)보다 2엔가량 상승(엔화 가치 하락)했다.

이시바 총리가 조기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힌 것이 닛케이지수를 끌어올린 요인 중 하나였다. 증세 등 증시에 부정적인 공약을 수정할 것이라는 의견이 확산한 것이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관측도 후퇴했다.

이시바 총리는 조기 총선을 치러 ‘비자금 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한 당의 기반을 다시 다질 방침이다. 오는 9일 중의원을 해산하고 27일 총선을 실시하는 일정이다. 새 내각 출범으로 국민 기대가 큰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서둘러 유권자 판단을 받으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