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사드 본부 향해 로켓 쏜 헤즈볼라 > 이스라엘 보안 당국자들이 1일 텔아비브 인근 고속도로에 떨어진 헤즈볼라의 파디-4 로켓 잔해를 수거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이 18년 만에 처음으로 지상군을 투입해 레바논을 공격하자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해외정보기관 모사드 본부를 로켓으로 타격하는 등 양측의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모사드 본부 향해 로켓 쏜 헤즈볼라 > 이스라엘 보안 당국자들이 1일 텔아비브 인근 고속도로에 떨어진 헤즈볼라의 파디-4 로켓 잔해를 수거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이 18년 만에 처음으로 지상군을 투입해 레바논을 공격하자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해외정보기관 모사드 본부를 로켓으로 타격하는 등 양측의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1일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을 투입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레바논 국경을 넘어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2006년 이후 18년 만이다. 중동에서 가자 전쟁 1년 만에 확전 우려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북쪽의 화살’ 작전 개시

이스라엘, 18년 만에 레바논 진격…美 "이란, 탄도미사일 발사 임박"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X(옛 트위터)를 통해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 테러 목표물과 기반시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한적·국지적이며 표적화된 지상전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소규모 이스라엘 특공대가 포병대의 화력 지원과 공중 병력의 엄호를 받으며 레바논 영토로 진입했다. 국경 곳곳에서 포격음이 터져 나오고 드론·헬리콥터가 날아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CNN은 전했다. IDF는 ‘북쪽의 화살’로 이름 붙인 이번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수개월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관료 발언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로켓 발사기와 무기 저장고를 파괴한 후 철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다니엘 하가리 IDF 수석대변인은 “군의 목표는 가능한 한 빨리 (작전을) 완료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베이루트나 레바논 남부 도시로 진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진격 당시 소규모 교전으로 시작한 이스라엘이 점차 확전한 만큼 이번에도 전면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이란의 개입을 막기 위해 중동에 군사력을 확대 배치했다. 미국 국방부는 전날 “미국 안보를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이스라엘을 방어하기 위해 중동에 병력 수천 명을 추가 파견하고 있다”고 했다. 미군은 F-22, F-15 등 전투기와 1개 항공모함 전단도 중동에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공습으론 타격 한계”

이스라엘은 수주간 공습·통신 장비를 공격해 헤즈볼라에 큰 피해를 줬지만 헤즈볼라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지상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리 에이신 전직 이스라엘 고위 정보장교는 “이스라엘 국경에 주둔한 헤즈볼라 정예 특수부대 라드완은 대부분 지하로 후퇴했다”며 “지하에 있는 전장에 직접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하가리 대변인은 “우리 군인들이 땅굴에 진입해 헤즈볼라의 무기 은닉처를 발견하고 이란제 첨단 무기 등을 압수·파괴했다”고 밝혔다.

이번 작전은 대규모 병력 투입을 앞둔 정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오마르 라만 중동국제문제위원회 연구원은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은 대규모 공격에 앞서 헤즈볼라 병력 전력을 측정하려는 시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진격로를 확보하면 레바논 남부 리타니강까지 치고 올라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레바논 남부 국경과 리타니강 사이는 2006년 채택된 유엔 결의안에 따라 레바논군과 유엔평화유지군(UNIFIL)만 주둔할 수 있는 비무장지대다. 결의안에도 불구하고 헤즈볼라는 이곳에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

레바논 남부까지 진격할 듯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영토를 장악했듯 레바논 전역 점령을 전쟁 목표로 삼을 가능성은 현재로서 낮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헤즈볼라의 게릴라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고 최대 효율의 승리를 추구하는 ‘결정적 승리’ 전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스라엘은 2006년 레바논 침공 당시 섣불리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큰 피해를 봤다. 당시 헤즈볼라가 자국 병사 2명을 생포하자 이스라엘은 레바논 영토로 진격했다. 하지만 결국 게릴라전에 휘말렸고 험준한 산맥 곳곳에서 대전차무기·저격소총으로 무장한 헤즈볼라군이 이스라엘 병력을 괴롭혀 IDF는 전차 20대와 병력 121명을 잃었다.

당시 수천 명에 불과하던 헤즈볼라 무장 병력은 현재 6만 명으로 늘었다. 이란의 지원을 받아 15만 기 이상의 로켓과 미사일 장비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헤즈볼라는 (2006년 때보다) 더 많은 무기와 미사일을 가졌다”면서 “(지상 작전은) 힘들고 어려울 것이며 양측 모두에 피비린내가 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헤즈볼라는 공세에 맞서 이스라엘 정보기지를 직접 타격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군사정보부대인 8200부대와 해외정보기관 모사드 본부가 있는 텔아비브 외곽 글릴로트 기지에 파디-4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 공격으로 2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날 미국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탄도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란이 직접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경우 심각한 후과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쟁이 격화하자 서방국들은 서둘러 자국민 대피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영국은 전세기, 독일과 캐나다는 각각 특별 군용기와 민항기를 마련해 자국민을 수송하기로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