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수출이 587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7.5% 급증하며 호조세를 이어갔다. 하반기로 갈수록 수출 경기가 꺾일 것이란 상고하저 우려를 불식한 것을 넘어 각종 기록을 양산 중이다. 하루 평균 수출액(29억4000만달러)이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운 게 대표적이다. 일각에서 제기한 ‘겨울론’을 일축하고 반도체가 월간 기준 역대 최대(136억달러) 수출을 달성한 덕분이다. 4개월 연속 감소한 수출 2위 품목 자동차도 5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자동차 수출은 55억달러로 9월 기준 사상 최대다.

3분기 전체 실적도 돋보인다. 반도체가 366억8000만달러로 분기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자동차·컴퓨터·바이오헬스 분기 수출액이 역대 2위에 오르는 등 포트폴리오도 양호하다. 지역별로 고르게 성장한 점도 눈에 띈다. 3분기 대미(305억6000만달러), 대유럽연합(EU·180억100만달러) 수출이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아세안 지역 수출도 역대 2위에 올랐다. 대중 수출이 아직 전성기 수준에 미달하지만 9월 실적만 보면 연중 최대다. 대중 무역수지도 7개월 만에 흑자 전환했다.

날개를 단 수출이 반갑지만 경기 회복을 낙관하기에는 아직 불안불안하다. 수출 대기업의 온기가 중소기업과 내수시장으로 좀처럼 확산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내수기업의 9월 기업심리지수(CBSI)는 공히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소매판매(8월)가 18개월 만에 최고 증가율(1.7%)을 기록하는 등 내수 반등 조짐이 일부 감지되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냉기가 흐른다. 내수의 다른 축인 설비투자가 5.4%(8월) 급감한 대목에서 잘 드러난다. 6·7월의 3.5%, 10.2% 상승 대비 너무 큰 감소폭이다. 자영업자 4명 중 3명의 수입이 월 100만원에 못 미친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자영업 위기도 여전하다.

‘수출 외바퀴 성장’을 ‘수출·내수 두 바퀴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 노력이 시급하다. 정부는 내수 회복을 위해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대한 맞춤형 지원 및 인센티브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퍼주기식 대증요법에 매달릴수록 문제는 더 꼬인다. 서비스·금융·정보통신·의료 등 내수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구조적 접근이 핵심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