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70번 넘게 병원을 찾는 ‘과다 외래진료’ 환자가 지난해 144만853명에 달했다. 2018년만 해도 92만8107명이었는데 5년 만에 51만 명 넘게 늘었다. 이들에게 지급한 건강보험은 이 기간 2조4907억원에서 6조4038억원으로 증가했다. 전체 외래진료 환자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1.9%에서 3.0%로 늘었고 전체 외래환자 진료비 중 이들에게 지급한 건보 금액의 비중은 10.74%에서 18.3%로 뛰었다. 의료 서비스를 과도하게 이용하는 소수가 건보 재정에 주는 부담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커진 것이다.

의료 남용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특히 지난 정부 때 건보 보장 범위가 확대된 뒤 의료 이용이 과도하게 늘어난 측면이 있다. 환자 부담이 적다 보니 매일같이 병원을 들락거리며 물리치료를 받거나 불필요한 MRI(자기공명영상장치) 검사를 남용하는 등 이른바 ‘의료 쇼핑’이 늘었다. 하루 한 번 이상 병원을 찾는 환자만 2021년 2561명, 2022년 2488명, 2023년 2448명으로 매년 2500명 안팎에 달한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올해 7월부터 MRI 건보 적용 횟수를 줄이고 연간 365회 넘게 외래진료를 받은 환자의 366회째 진료부터 본인 부담률을 20% 수준에서 90%로 높였지만 이 정도로 충분한지 의문이다. 조속히 정책 효과를 점검해 추가 지출 개혁안을 내놔야 한다. 실손보험도 손봐야 한다. 애꿎은 환자가 피해 보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착실하게 건보료 내는 국민만 손해 보게 만드는 의료 쇼핑을 방치해서도 안 된다.

의료개혁을 위해서도 건보 지출 개혁은 늦출 수 없는 과제다. 현재까지 정부가 의료개혁에 투입하겠다고 한 돈만 30조원이 넘는다. 정부는 이 중 20조원 이상을 정부 예산이 아니라 건보 재정에서 충당하기로 했는데, 급속한 저출생·고령화로 건보 재정이 적자 기조로 돌아서는 건 시간문제다. 건보 지출 개혁이 없으면 의료 개혁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