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펀드들, 다시 중국에 베팅할 준비
신흥시장 투자펀드를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다시 중국에 베팅할 준비를 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6월 이후 유출이 지속된 중국 주식 펀드의 주간 자금 유출은 7월말의 3억 1,100만 달러에 비해 지난 주에는 1,100만 달러로 크게 줄어들었다.

5,060억파운드(894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애버딘의 신흥시장 포트폴리오 매니저 가브리엘 삭스는 “지난주에 중국 주식을 선별적으로 매수했다”면서 “당분간 중국 시장은 하락세보다는 상승세가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며칠간 중국 증시의 급등세를 촉발시킨 이례적으로 솔직한 중국 당국의 경제 활성화 약속에 따라 더 자세한 정책 계획을 기다린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의 전략가 스콧 루브너가 고객에게 보낸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헤지펀드들은 중국 주식 매수에 대거 나섰으나 장기 기관 투자자들은 여전히 관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루브너는 8월 말 현재 뮤추얼펀드의 중국 주식 보유 비중이 포트폴리오의 5.1%로 줄어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지난 주 중국 당국이 올해 5%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 지출하겠다고 경기 부양책을 통해 약속한 만큼 상황이 바뀐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1조달러(1,320조원)으로 추산되는 부동산 부채로 촉발된 부동산 위기로 소비자 신뢰도가 하락한 가운데 미중 무역 갈등까지 고조되면서 경기 둔화를 겪어왔다. 공장 활동은 최근 5개월 연속 위축되었고, 서비스 부문도 9월에 급격히 둔화됐다. 이는 중국 당국이 올해 5%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긴급하게 움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르테미스 펀드 매니저의 나타샤 에브테하지는 "중국의 주식 가치와 정책 선회 사이에 매우 큰 불일치가 있다”며 지난 며칠간 중국 주식 보유를 늘리고 포지션도 늘렸다고 덧붙였다.

일부 투자자들은 중국 주식이 월요일에 2008년 이후 가장 큰 일일 상승세를 기록했음에도 단기적으로 급등을 기대하는데 대해 경고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싱가포르 소재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조지 에프스타토풀로스는 "이것은 기술적이고 유동성이 주도하는 랠리”라고 말했다. 즉 중국 주식 공매도자들이 주가 하락에 대한 베팅을 청산한 것이 주가 급등의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에버딘의 삭스 역시 지난 주와 월요일의 급등은 "단기 수익을 노리는 숏 커버링이 많았을 것이고, 헤지펀드가 단기 수익을 노리고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리퍼가 추적한 중국 본토 주식 펀드에서 투자자들은 올들어 최근까지 14억 달러(1조8,500억원)를 순인출했다. 중국의 코비드-10 봉쇄가 끝난 후 소비 지출이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로 2023년에 순유입됐던 자금들이 올해 빠져나갔다.

피델리티의 에프스타토풀로스도 중국 소비자 신뢰가 상승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중국 주식을 추가로 매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지펀드인 홍콩 토스카펀드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마크 팅커는 중국의 최근 조치는 “중국이 그간 부동산이나 인프라에 치중해온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가계 수요 구축 가능성을 추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을 통해 인프라나 부동산을 일으키는 정책처럼 “더 불안정한 대출을 조장하는 것이라면 5% 성장은 가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2,600억 유로(384조원)가 넘는 펀드를 감독하는 픽텟 자산관리의 수석 전략가 루카 파올리니는 “미국 금리 인하로 글로벌 수요와 중국의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고객들에게 “아직 중국에 투자한 게 없다면 일부는 추가하는게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미연방준비제도는 지난 달 18일 50베이시스포인트의 대폭적인 금리 인하로 통화 완화정책주기를 시작했다.

KBI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최고투자책임자인 노엘 오할로란은 올 여름부터 가치 평가를 근거로 중국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으며 아직 수익 실현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