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기념 시설 가장 많은데 또?…前대통령 이름값에 혈세 '줄줄' 샌다 [혈세 누수 탐지기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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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名만 있으면 무제한 사업비
적자 면치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
관련법 개정 논의 필요성도 제기
적자 면치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
관련법 개정 논의 필요성도 제기
최근 김대중재단이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김대중 전 대통령(DJ) 사저'를 국민 모금 운동으로 재매입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0억원에 매각한 건물을 재매입해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을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그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기념 시설만 6개에 달하고, 이로 인해 이미 400억원에 가까운 혈세가 투입됐습니다. 관련 법에 따라 새로운 기념관이 만들어지면 혈세가 또 들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최근 정치권에서는 전직 대통령의 이름으로 각종 기념사업을 벌이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경 혈세 누수 탐지기(혈누탐)팀이 논란의 '역대 대통령 기념시설 사업'을 상세히 들여다봤습니다.
가장 많이 들은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으로 총 556억원이 쓰였습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 383억, 노무현 전 대통령 235억원, 김영삼 전 대통령 130억원, 전두환 전 대통령 69억원, 이명박 전 대통령 55억원, 최규하 전 대통령 48억원, 이승만 전 대통령 45억원, 윤보선 전 대통령 5억원 등 순입니다. 관련 시설이 가장 많은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 6곳, 박정희 전 대통령 5곳, 이승만 전 대통령 4곳, 최규하·전두환·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 각각 2곳, 윤보선·이명박 전 대통령 각각 1곳 등 순입니다.
고인이 된 대통령 중 기념 시설이 없는 인물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유일합니다. 살아있는 역대 대통령 중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없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혈세 172억원을 들여 개별 기록관을 건립하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철회한 바 있습니다. 최근 여권에서는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을 만들려는 움직임으로 뜨거운 분위기입니다.
시작이야 어쨌든, 결론은 다 비슷합니다. 만들고 나면 항상 '애물단지'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곤 합니다. 만들고 지지자들 '반짝' 찾아갈 뿐 갈수록 사람들도 사용하지 않고 운영비만 나가면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도 적지 않은 대통령 기념 시설에 대해 "철거하라"는 민원이 각 지자체에 이따금 접수된다고 합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업 준비 과정에서 민간을 통해 적절한 예산 규모를 정하는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 기념사업은 대통령 퇴임을 기점으로 2년 또는 5년 등 시행 시한을 두는 일몰제를 둬야 한다. 재단 만들어서 자발적으로 하는 것은 상관없겠지만, 시한 이후에는 세금을 못 들이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관련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굳이 대통령 이름을 쓰고 싶다면, 이용률이 떨어지는 곳에 세금을 낭비하기보다 기왕이면 많이 쓰일만한 곳에 대통령 이름을 쓰는 게 낫지 않냐는 제안도 나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은 재단을 만들어 공익사업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로널드레이건호'와 같이 대통령의 이름을 항공모함에 붙이기도 한다"며 "기념관을 짓는 것보다 사물에 이름을 붙이는 게 오히려 기억에 더 오래 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파적인 논쟁이나 정부·지자체의 추가 혈세 낭비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통합 기념관'을 만들어 관리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역대 대통령을 종합하는 '대한민국 대통령 기념관'을 중앙박물관처럼 만드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각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대해 정치 진영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양쪽의 의견을 같이 게시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직 대통령들은 물러나거나 돌아가신 후에도 자신 이름으로 나라가 분열되고,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민 혈세가 나가기만 하는 일을 반길까요. 정치 후배들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신현보/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그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기념 시설만 6개에 달하고, 이로 인해 이미 400억원에 가까운 혈세가 투입됐습니다. 관련 법에 따라 새로운 기념관이 만들어지면 혈세가 또 들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최근 정치권에서는 전직 대통령의 이름으로 각종 기념사업을 벌이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경 혈세 누수 탐지기(혈누탐)팀이 논란의 '역대 대통령 기념시설 사업'을 상세히 들여다봤습니다.
2000억 넘게 들은 前 대통령 기념 사업
4일 혈누탐팀이 전직 대통령 관련 시설 사업을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금까지 관련 사업에 들어간 혈세는 약 2000억원이 넘습니다. 이는 모금액을 제외하고 순수 세금만 추린 금액입니다.가장 많이 들은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으로 총 556억원이 쓰였습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 383억, 노무현 전 대통령 235억원, 김영삼 전 대통령 130억원, 전두환 전 대통령 69억원, 이명박 전 대통령 55억원, 최규하 전 대통령 48억원, 이승만 전 대통령 45억원, 윤보선 전 대통령 5억원 등 순입니다. 관련 시설이 가장 많은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 6곳, 박정희 전 대통령 5곳, 이승만 전 대통령 4곳, 최규하·전두환·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 각각 2곳, 윤보선·이명박 전 대통령 각각 1곳 등 순입니다.
고인이 된 대통령 중 기념 시설이 없는 인물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유일합니다. 살아있는 역대 대통령 중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없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혈세 172억원을 들여 개별 기록관을 건립하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철회한 바 있습니다. 최근 여권에서는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을 만들려는 움직임으로 뜨거운 분위기입니다.
결국 '애물단지'로 전락
전직 대통령 기념 시설은 처음에는 환영받기도 합니다. 돈이 들어가면 어떻게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듯한 일시적 경제 효과도 생기고, 정치인들은 진영 혹은 지역 내 통합까지 꾀할 수 있어 여러모로 득이 되는 일입니다. 게다가 자기 돈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지자체는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있으니 혈세로 생색도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상화 작업이다"라며 진영끼리 치고받는 일이 늘면서 피로감이 더해지는 것도 사실인 듯 보입니다.시작이야 어쨌든, 결론은 다 비슷합니다. 만들고 나면 항상 '애물단지'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곤 합니다. 만들고 지지자들 '반짝' 찾아갈 뿐 갈수록 사람들도 사용하지 않고 운영비만 나가면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도 적지 않은 대통령 기념 시설에 대해 "철거하라"는 민원이 각 지자체에 이따금 접수된다고 합니다.
'무제한 사업비' 근거는
이렇게 전직 대통령 관련 시설에 혈세가 들어갈 수 있는 근거는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전직대통령법) 시행령 제6조 2항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념관, 도서관 건립 사업을 지원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기록물이나 업적 등을 연구 편찬하는 사업도 지원한답니다. 문제는 지원 규모에 상한선이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아낄 필요가 처음부터 없습니다. 예산 규모나 증액의 타당성, 민간이 참여할 경우 진짜 자발적으로 이뤄졌는지, 출연한 돈이 실제 제대로 쓰였는지 투명성 문제 등 전반적인 과정에 대해 의구심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으나 견제 장치도 없습니다."필요한 측면 있지만 과해"
전문가들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나 역사적 관점에서 기념 시설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진 않습니다. 다만 필요성과 막대한 세금 투입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현행법이나 현재 진행형인 사업들이 국민 눈높이나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업 준비 과정에서 민간을 통해 적절한 예산 규모를 정하는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 기념사업은 대통령 퇴임을 기점으로 2년 또는 5년 등 시행 시한을 두는 일몰제를 둬야 한다. 재단 만들어서 자발적으로 하는 것은 상관없겠지만, 시한 이후에는 세금을 못 들이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관련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굳이 대통령 이름을 쓰고 싶다면, 이용률이 떨어지는 곳에 세금을 낭비하기보다 기왕이면 많이 쓰일만한 곳에 대통령 이름을 쓰는 게 낫지 않냐는 제안도 나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은 재단을 만들어 공익사업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로널드레이건호'와 같이 대통령의 이름을 항공모함에 붙이기도 한다"며 "기념관을 짓는 것보다 사물에 이름을 붙이는 게 오히려 기억에 더 오래 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파적인 논쟁이나 정부·지자체의 추가 혈세 낭비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통합 기념관'을 만들어 관리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역대 대통령을 종합하는 '대한민국 대통령 기념관'을 중앙박물관처럼 만드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각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대해 정치 진영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양쪽의 의견을 같이 게시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직 대통령들은 물러나거나 돌아가신 후에도 자신 이름으로 나라가 분열되고,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민 혈세가 나가기만 하는 일을 반길까요. 정치 후배들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신현보/홍민성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