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회복한 독일 헨켈, 시장점유율 확대가 숙제 [글로벌 종목탐구]
독일 생활용품 기업 헨켈이 최근 실적을 끌어올리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헨켈은 미국 P&G, 영국 유니레버 등과 경쟁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세탁 세제 퍼실(Persil), 살충제 홈키파와 홈매트 등으로 국내에서도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생활용품과 더불어 매출의 절반가량을 책임지는 산업소재 사업부도 최근 호조다. 항공기·차량과 건축물, 전자제품 등 광범위한 산업에 쓰이는 접착제와 마감재, 코팅 물질 등을 생산한다.
헨켈 연구소의 기술자들  /사진=헨켈 제공 © [Year] Henkel AG & Co. KGaA. All rights reserved
헨켈 연구소의 기술자들 /사진=헨켈 제공 © [Year] Henkel AG & Co. KGaA. All rights reserved

안정적이고 꾸준한 성장

2일(현지시간) 헨켈 주가는 연초 73.28유로와 비교해 12%가량 오른 82유로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상반기에 전년 대비 2.9% 성장한 108억유로(약 15조8000억원)의 매출과 28.4% 증가한 16억1000만유로의 영업이익(EBIT)을 기록했고, 이를 바탕으로 실적 전망을 대폭 상향했기 때문이다. 카스텐 노벨 최고경영자(CEO)는 보고서를 통해 "조직 구조 개편에 성공해 상반기에는 소비재와 산업소재 두 사업부 모두에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며 "브랜드, 기술, 혁신 등 헨켈의 사업과 미래에 대한 분야별 집중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수익성 회복한 독일 헨켈, 시장점유율 확대가 숙제 [글로벌 종목탐구]
헨켈의 수익성이 대폭 높아진 것은 경영 효율화 덕분이다. 헨켈은 올 상반기 세탁 및 홈 케어 부문과 뷰티 케어 부문을 컨슈머 브랜드 부문에 합병했다. 회사에 따르면 2026년말까지 통합 작업을 완료해 연간 5억2500만유로의 비용을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미국과 동유럽 등 30개국에서 '하나의 주문, 하나의 납품, 하나의 청구서' 원칙을 적용해 고객 창구를 일원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세탁 세제 퍼실, 다이얼 비누, 섬유유연제 퓨렉스 등과 슈바츠코프 등 각종 헤어 제품 브랜드 영업망과 물류도 통합한다. 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업무가 약 16% 간소화된 것으로 회사 측은 파악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과 중국 경기가 변수

향후 주가의 향방은 소비재 시장 점유율 확대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헤어 부문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기록했고, 유럽과 미국의 화장실 관리 용품, 식기 세제 등 다양한 부문의 매출이 늘어났다. 다만 이 같은 매출 증가에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반영돼 있어 시각이 엇갈린다. 이
세탁세제 퍼실 듀오 생산 과정 / 사진=헨켈 제공 © [Year] Henkel AG & Co. KGaA. All rights reserved
세탁세제 퍼실 듀오 생산 과정 / 사진=헨켈 제공 © [Year] Henkel AG & Co. KGaA. All rights reserved
안 심슨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는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며 "헨켈은 지난 몇 년간 상당한 진전을 이루며 수익성을 회복했고 남은 과제는 지속 가능한 매출 성장을 이루는 것"이라며 "하반기 소비자 부문에서 2021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인한 매출 증가가 아닌 시장 점유율 확대와 판매량 증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반면 JP모간 셀린 판누티 애널리스트는 "(가장 큰 시장인)미국과 유럽의 닐슨 시장점유율 데이터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소비자 브랜드 부문의 실망스러운 판매량 이후 매출 실적에 가장 주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니레버, P&G 등 글로벌 기업과 로컬 경쟁사들과의 점유율 싸움이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록타이트 접착제를 비롯한 산업소재 부문에선 전자제품 시장과 중국의 제조업 경기 등 거시적 상황이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헨켈의 접착제와 마감재는 승용차, 트럭, 항공기, 수송 시스템의 설계, 개발, 제조 및 유지보수에 사용된다. 자동차 경량화와 내장재 등에 핵심 소재다. 전자 부품 조립 및 반도체 패키징에도 헨켈의 소재가 필수적으로 쓰인다.

모범적인 가족 주주 경영

헨켈은 지금까지 창업자 프리츠 헨켈(Friz Henkel)의 자손들이 지배 지분을 나눠 갖고 공동 경영하는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헨켈 가문의 구성원은 150여 명이 ‘가족지분협약'(Family Share Pooling Agreement)을 맺고 외부인에게 자산을 매각하지 않고, 의결권을 협약에 따라 행사하는 등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헨켈은 1876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설립된 생활용품·소재 기업으로 125개국에 진출해 총 4만8000명의 임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1878년 개별 포장된 세탁 세제를 '표백 소다'(Bleach-Soda)라는 이름으로 팔기 시작했고, 1907년 선보인 제품 퍼실은 최초의 브랜드 세제로 인정받고 있다. 제1차 세계 대전 중 헨켈은 유럽 최대의 글리세린 생산 기업으로 올라선 헨켈은, 양 차 세계 대전 전범 기업으로 낙인찍히는 등의 시련을 극복하고 유럽 전역에 진출한 뒤, 미국과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했다.

창업주 프리츠 헨켈 이후 5세대에 걸쳐 후손들이 큰 잡음 없이 경영권을 승계한 것은 헨켈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로 꼽힌다. 철저하게 능력을 검증한 다음 경쟁을 거쳐 승계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누구도 큰 불만을 터트리지 않는다. 회장은 반드시 본사가 있는 뒤셀도르프에 거주해야 하는 등 엄격한 조건도 지켜야 한다. 창업주 아들의 외증손녀인 시모네 바겔-트라(55)가 현재 헨켈 주주위원회 의장이자 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2009년 불과 40세에 나이에 다섯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자리에 올랐다. 독일 본 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10년 이상 그룹에서 주요 직책을 수행하며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수익성 회복한 독일 헨켈, 시장점유율 확대가 숙제 [글로벌 종목탐구]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