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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케어센터'로 불리는 재가노인복지시설이 예기치 않게 최근 재건축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은 작년 정비계획이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가결되고도 1년 넘게 '확정' 단계인 결정고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급기야 서울시는 연말까지 정비계획에 데이케어센터를 반영하지 않으면 원점으로 되돌리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같은 원칙은 여의도뿐 아니라 양천구 목동, 강남구 대치동 등 재건축이 진행 중인 단지에 고루 적용될 전망이다.
앞서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데이케어센터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서초구 진흥아파트는 조합 총회에서 데이케어센터를 수용했고, 목동 14단지 등은 데이케어센터 반영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서울시가 재건축 단지의 '공공기여'로 노인시설을 요구할만큼 실제로 부족한걸까. 관련 기사를 쓰면 곧잘 달리는 댓글이 '서울시 돈으로 지으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별 재가노인복지시설과 노인의료복지시설 현황을 받아보니 이 시설이 필요한 고령인구 대비 정원은 9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집값 폭등하는 서초구, 데이케어 정원은 꼴랑 '183명'
2일 서울시에 따르면 25개 자치구에 설치된 데이케어센터는 477개소, 정원은 1만5586명이다. 전체 노인 인구수(177만3809명)의 0.8% 수준에 그친다.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장기요양등급 1~5등급 인구(15만4613명)의 8.7% 정도다.심지어 치매 등의 이유로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1~2등급 인구(2만5420명)에도 못 미치는 게 현실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을 투입해 노인시설을 지으면 1개소당 수백억원이 투입된다"며 "공공기여로 확충할 수 밖에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데이케어센터는 학교처럼 매일 집을 오가는 복지시설이다. 데이케어센터에서 방문요양과 간호 등을 위해 요양사가 집으로 파견되기도 한다. 이용자들이 낮이나 밤에만 머물기 때문에 필요한 면적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소유자들의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서울시가 공공기여로 데이케어센터를 요구하는 배경이다.
25개 구 중에 데이케어센터가 가장 많은 곳은 동대문구다. 1~5등급 인구(5894명) 중 1017명(17.25%)을 커버할 수 있다. 2위인 양천구는 7067명 중 988명으로 확 떨어진다.
가장 적은 곳은 서초구로 데이케어센터가 10곳, 정원은 183명에 불과하다. 1~5등급 인구의 4%만 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용산구(4.2%)나 강남구(7.2%) 등도 데이케어센터가 부족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논란이 많은 영등포구도 5923명의 1~5등급 인구 중 424명(7.1%)만 데이케어센터를 누릴 수 있다.
24시간 케어 필요한데…5명 중 2명은 '방치'
사실 '데이케어센터'보다 크지만 꼭 필요한 시설이 '노인의료복지시설(실버케어센터)'다. 24시간 요양보호사의 케어가 필요한 장기요양등급 1~2등급 노인 인구가 머무르는 '요양원' 같은 시설이라고 보면 된다. 데이케어센터보다 필요한 면적이 넓다. 주민 반발이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로 꼽힌다.하지만 장기요양등급 1~2등급 인구 대비 실버케어센터의 정원 비율은 67.5%(1만7159명)에 그친다. 1~2등급 인원 5명 중 2명은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분석이다. 실버케어센터의 대기인원만 1만7934명에 달하고 있다.
공공기여로 실버케어를 지은 사례도 있다. 은평구 수색13구역(DMC SK뷰 아이파크포레)은 노인전용 돌봄시설을 기부채납으로 부담했다. 서울시는 시립은평 실버케어센터를 이 곳에 꾸렸다. 치매전담실 5실과 일반요양실 21실로 소규모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설을 확충하는 데 기부채납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의무시설로 하고는 싶지만…법이 발목 잡아
서울시는 실버케어센터를 2000가구 이상 단지에 '의무공동시설'로 반영하는 방안을 꾸준히 국토교통부에 건의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법의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요양시설 충족률이 낮은 건 서울시 만의 문제라고 봐서 법 개정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주민이 데이케어센터를 받아들이더라도 문제가 생긴다. '주민 우선'으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구 전역에서 소득 등을 기준으로 뽑는다. 이른바 '장기요양제공의무 거부 금지' 조항이다. 보건복지부 소관인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관련 규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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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