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돗물에 47억 쏟아부었는데…땅바닥에 혈세 버렸다
정부가 수돗물 인식을 제고한다며 만든 병입 수돗물이 마땅한 수요처를 찾지 못해 5년 간 20만병이 그대로 버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2019년부터 지난 8월까지 총 47억원을 들여 400ml 2157만병, 1.8ℓ 202만병을 생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20만병이 수요처를 찾지 못하고 그대로 버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물량으로는 92.5t(톤)이 버려진 셈이다. 수자원공사는 수도법에 따라 2006년부터 수돗물 인식 제고를 위해 병입 수돗물을 생산·공급 중이다.

병입물 공급 실적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2019년엔 517만병(2325t)을 공급했지만, 지난해엔 223만병(1393t) 공급에 그쳤다. 올해는 지난 9월까지 107만병(788t) 공급한 상황이다. 5년 만에 공급 실적이 반토막 난 것이다.

반면 병입물이 버려지는 양은 코로나19 확산 당시 반짝 줄었다가 다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병입물 폐기량은 △2019년 4만3000병 △2020년 1만6000병 △2021년 2만2000병 △2022년 2만5000병 △2023년 6만3000병이다. 올해는 8월까지 벌써 3만4000병이 버려졌다.

이는 수돗물 인식 제고를 위해 수자원공사가 다양한 수요처를 발굴해 보급해야 함에도 실제로는 수도사고, 재난발생지역에만 한정적으로 보급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보건소나 군부대 등에 1000t 가량(261만병) 공급한 뒤 코로나19가 종식되자 수요처가 없어 공급이 급감했다. 실제 작년 기준 음용홍보를 위해 사용된 양은 전체 제작 병입물의 7.4% 수준에 불과했다.

임이자 의원은 "현행법상 병입물은 재난 상황 뿐 아니라 수돗물 인식과 음용률 제고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수요처를 발굴해야 한다"라며 "국가 예산을 투입해 만드는 식수인만큼 버려지는 물이 없도록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