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작 '전,란'의 배우 강동원, 진선규가 2일 오후 부산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29th BIFF)'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개막작 '전,란'의 배우 강동원, 진선규가 2일 오후 부산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29th BIFF)'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막이 올랐다.

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개막식을 개최, 열흘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개막식 사회는 배우 박보영, 안재홍이 맡았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올해 영화제는 어느 해보다 풍성하다. 부산의 가을은 아름답다. 태풍도 이 영화제 때문에 물러갔다. 영화의 바다로 나아갈 모든 준비가 됐다. 영화 팬만 올라타면 된다. 돛을 올리고 출발하고자 한다"고 개막 선언을 했다.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4500명의 게스트가 와 있다. 시장님과 제가 이분들을 웃겨 봅시다. 배우가 무대에서 관객을 쉽게 웃는 방법이 있는데, 먼저 관객을 보며 웃는 거다. 슬로우모션으로 웃어보자"며 웃었다.

먼저 부산국제영화제와 샤넬이 신설하여 시상되는 ‘까멜리아상’은 '올드보이', '괴물', '아가씨', '헤어질 결심'의 류성희 미술 감독이 받았다.

이번 영화제에는 올해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자인 미겔 고메스 감독의 전작을 모두 상영하는 ‘명랑한 멜랑콜리의 시네아스트’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미겔 고메스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서 여러분을 만나고 전작을 선보이게 되어 영광스럽다. 상영관에서 만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혹시 상영관에서 저를 보지 못하더라도, 저는 영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도 한다. 언제든지 저와 대화 나눠달라"고 인사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29th BIFF)' 사회를 맡은 배우 박보영, 안재홍./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29th BIFF)' 사회를 맡은 배우 박보영, 안재홍./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자인 고(故) 이선균을 추모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올해 영화제엔 지난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이선균을 기리는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도 열려 그의 대표 출연작 6편을 상영하고 스페셜 토크 등을 한다.

사회자인 박보영은 "너무 안타까운 이별이었다. '나의 아저씨'의 마지막 대사처럼 이제는 편안함에 이르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재홍은 "고 이선균 배우를 추모하며 대표작을 상영한다. 선배님을 기억하는 뜻깊은 시간 되기를 바란다. 공로상은 유족께 잘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아시아영화인상은 '뱀의 길', '클라우드'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받았다.

영상을 통해 봉준호 감독은 "기요시 감독의 오랜 광팬으로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큐어', '회로', '도쿄 소나타', '밝은 미래' 등 좋아하는 작품이 많다. 매번 충격과 영감을 주신 기요시 감독에게 영화인으로서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고 말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이렇게 훌륭한 상을 받게 되어 놀랐고 상상도 못 했다. 영화를 찍은 지 40년이 되었다. 부산영화제에 참가한 것은 20년 전이다. 제 인생의 반을 이 영화제가 지켜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 경력을 평가받아 명예로운 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두 편의 영화를 완성했는데 모두 영화제에서 상영하게 됐다. 제게 무엇보다 기쁜 일이다. 부산영화제 관객들은 전 세계 어느 곳보다 수준이 높다고 생각한다. 20년 전부터 제 작품을 봐주는 분들도, 이번에 처음 보시게 될 분들도 많은 기대를 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29th BIFF)' 개막식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29th BIFF)' 개막식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마지막으로 개막작 '전, 란'의 소개가 진행됐다. 무대에는 김상만 감독과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이 함께 했다.

넷플릭스 영화 '전, 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 작품은 박찬욱 감독이 제작, 각본에 참여했고, 장르 영화에 특화된 감각을 선보인 감상만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김 감독은 "조선시대 사회계급 시스템에 놓인 개인들의 이야기지만 오늘날의 관객들에게도 전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강동원은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두 번째로 오게 됐다. 오랜만에 레드카펫 밟아서 즐거웠다. 영화 즐겁게 보시고 오늘 밤 만끽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정민은 "대낮부터 계속 그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자리가 굉장히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연기를 정말 열심히 해야겠구나 결심을 하게 되는 순간"이라고 밝혔다.

이어 "항간에 영화에서 제가 양반이라고 소개하면 '왜?'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제가 양반이고 강동원이 저의 종이다. 유념하고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앞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열심히 만들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차승원은 "개막작 선정이 영광스럽다. 선조라는 캐릭터는 손을 많이 탔던 캐릭터라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고 기대했다.

김신록은 "2021년 '지옥'으로 야외무대에서 관객에게 처음 인사했다. 올해도 '지옥2' 식구들이 자리하고 있다. 3년 만에 '전, 란'으로 개막작 선정돼 와서 분에 넘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기뻐했다.

아울러 "제가 참여한 영화가 야외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떨리고 설렌다"며 "야외극장에서 조선시대 의병들과 노비와 양반, 선조 사이에서 벌어지는 액션 활극을 재밌게 즐겨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진선규는 "영화 보기 좋은 곳이다. 놀랍게도 저도 양반이다. 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정성일은 "큰 자리에 온 게 처음이라 익숙지 않다. 많은 배우, 스태프가 노력해서 만든 영화다. 재밌게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앞서 부산국제영화제 측이 최초로 OTT 영화인 '전, 란'을 개막작으로 내걸자 비판의 목소리가 개진되기도 했다. 극장가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대표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OTT에 판들 깔아준 셈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박도신 영화제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개인적으로 재미있고 완성도가 높다고 판단했다"며 "대중성을 생각한다면 OTT 영화라도 영화제에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총 63개국으로부터 온 278편의 영화를 총 5개 극장, 26개 상영관에서 선보인다. '전, 란' 외에도 다양한 OTT 시리즈가 이번 영화제를 통해 최초 공개된다.

'온스크린' 부문에서는 '강남 비-사이드'(디즈니+), '내가 죽기 일주일 전'·'좋거나 나쁜 동재'(티빙),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이별 그 뒤에도'·'지옥' 시즌 2(넷플릭스) 등 총 6개의 시리즈가 스크린을 통해 관객을 만난다. '이별, 그 뒤에도'와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 역시 각각 넷플릭스 일본과 대만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무대에 오르게 됐다.

또 전 세계 거장들의 신작과 신예 감독들의 다채로운 영화들, 그리고 특별 프로그램들로 관객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거장들의 이야기를 듣는 마스터 클래스부터 오픈 토크와 야외무대인사, 액터스 하우스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에서는 제작자들의 네트워킹 강화를 위해 ‘프로듀서허브’를 신설하고, ‘AI 콘퍼런스’를 비롯해 양적, 질적으로 강화된 역대급 라인업의 콘퍼런스를 통해 한국과 아시아 콘텐츠산업의 미래를 제시한다.

영화제는 오는 11일 오전 결산 기자회견과 시상식에 이어 폐막작 '영혼의 여행'(감독 에릭 쿠) 상영으로 열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부산=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