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1일(현지시각)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180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가운데 미국, 영국 등 서방 동맹국들은 이란을 규탄하며 강력한 대응에 의견을 모았다. 친이란 무장단체와 이스라엘 간 군사적 충돌에 이란이 개입하며 확전 가능성이 커지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일 중동 정세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EU 이란 규탄하며 이스라엘 지지

이날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리핑에서 "미군은 이스라엘군과 긴밀히 협력해 이스라엘을 방어했다"면서 "우리는 이 공격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이를 위해 이스라엘과 협력하겠다"고 언론 브리핑에서 밝혔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미 해군은 지중해 동부 구축함에서 이란 미사일에 12발의 요격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군에 "이스라엘 방어를 지원하라"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도 태풍 헬렌 관련 대책 회의에서 "(이란의) 공격은 실패했고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거듭 강조했다.

영국, 프랑스 등 서방 동맹국들은 일제히 이란을 규탄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는 이스라엘과 함께하며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영국이 이스라엘의 방어를 돕기 위해 군사력을 활용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관련 최신 정보는 적절한 시기에 제공될 것"이라고 답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현재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확전과 공격, 직접적 분쟁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EU는 성명을 통해 "지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유럽연합은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약속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정책 책임자도 이날 X에 "공격과 보복의 위험한 순환이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는 절대적으로 휴전이 필요하다"며 휴전을 촉구했다.

이란 미사일 폭격에네타냐후 "대가 치를 것" 경고

이날 저녁 7시 30분 경 이스라엘군은 긴급 성명을 통해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수백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 준비를 예고한 지 약 3시간 만이다. 1시간 10여분간 지속된 공격으로 이스라엘 전역에는 공습 경보가 울렸고 방공호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 군사 기지 3곳을 공격했으며 "미사일 90%가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국영 IRIB 방송은 이번 공격에 극초음속미사일 파타-1이 쓰였다고 전했다.

이란군이 발사한 미사일 대부분은 이스라엘 방공망과 미 해군 구축함에서 발사된 요격 미사일에 격추됐지만, 이스라엘군이 재보복을 공언하면서 중동 지역의 확전 위기는 연일 고조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이란은 오늘 밤 큰 실수를 저질렀으며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 해군 소장은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의 지시에 따라 언제, 어디서, 어떻게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의 이번 공격은 지난 4월 13~14일 이스라엘 본토를 순항·탄도 미사일 300여기와 드론으로 공습한 지 다섯 달 만에 이뤄졌다. 이란 혁명 수비대는 이번 공격이 최근 이스라엘이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수장,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수장, 압바스 닐포루샨 혁명수비대 작전부사령관 등을 살해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모두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잇달아 폭사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공습 규모가 지난 4월과 비교해 약 2배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