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한국은행의 보고서들이 부담스럽지 않으셨나요?"

지난달 30일 장수정 한은 조사국 조사역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이날 세종 어진동 기획재정부 청사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와 최 부총리가 함께 연 '타운홀 미팅'에서다.

최 부총리는 "같은 이야기를 한은이 하면 국민이 보기에 정부가 얘기하는 것보다 더 신뢰가 높다고 생각해줄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이 구조개혁 공론화 과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별히 불편함 없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 부총리 "시끄러운 한은 존중"

한은 총재와 경제부총리가 만난 자리에서 이런 질문이 나온 것은 올들어 한은이 지속적으로 정부 정책에 관한 보고서를 내고 있어서다. 한은은 지난 3월 돌봄노동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돌봄 업종이 최저임금 적용에 예외가 될 수 있도록 사적 계약을 하거나,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를 하자고 주장했다.

6월엔 농업 분야의 폐쇄성을 지적하면서 사과 등 농산물을 수입하면 물가 수준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8월엔 강남 8학군의 사교육 열풍이 나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서울대 등 주요 상위권 대학의 학생 상당수를 '지역 비례'로 선발하자고 했다.

고용노동부, 농림축산식품부, 교육부 등 정부가 추진해야할 구조개혁에 관해 파격적인 목소리를 낸 셈이다. 최 부총리는 "시끄러운 한은이 된 이 총재의 용기와 결단을 존중한다"며 "오히려 모든 연구를 하면서도 (발표하지 않고) 안에서만 끝났다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인적 자산이 가지는 국민의 기대만큼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 "AI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생산성 달라져"

기재부 직원들은 반대로 이 총재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안미진 기재부 자금시장과 사무관은 인공지능(AI)이 노동시장을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는지에 관해 질문했다.

이 총재는 "얼마전 어느 행사의 축사를 쓰다가 너무 길어서 AI에 20%로 줄여보라고 했더니 너무 완벽하게 줄여서 더 손댈 필요가 없었다"며 "AI는 자신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생산성이 많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컨설팅 회사들이 새로 생기는 노동력을 얼마고, 대체되는 인력이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해 (보고서를) 내는데 아직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체는 시간을 두고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창구 기재부 청년인턴은 "거점도시 중심 지역균형 발전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복안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 총재는 "선거제도 등의 변화 없이는 어렵다"며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모든 시도에 공공기관을 나눠주는) 옛날 식으로 하는 걸 막는 것만해도 큰 공헌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