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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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선서 없이 해외에서 영상 진술을 청취한 경우 증언 뿐 아니라 녹음파일과 녹취서의 증거능력도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적법한 증거조사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지난달 12일 사기 혐의를 받은 대학교수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교수는 2015~2016년께 2회에 걸쳐 허위로 조교 인사 제청서를 대학에 제출해 장학금을 부당하게 받아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교 등록 조건을 갖춘 이들에게 명의를 빌려 장학금을 받게 한 뒤 근무는 시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일부 혐의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지만 2심 재판부는 베트남으로 출국해 1심 당시 법정 증언을 하지 못한 피해자의 영상증인신문을 진행해 증거로 채택했다.

구 형사소송법 등에 따르면 해외에 거주하는 증인을 상대로 법정 선서 없이 영상으로 증인신문을 진행한 경우 해당 증언의 증거능력은 없지만 증언이 아닌 녹음파일·녹취서를 증거로 채택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재판부마다 의견이 엇갈렸다.

2021년 8월께 개정된 형사소송법에는 영상 증인신문 제도가 확대됐다. 증인이 멀리 떨어진 곳, 교통이 불편한 곳에 살고 있거나 건강상태 등 사정으로 법정에 직접 출석하기 어렵다고 인정한 때도 영상 증인 신문이 명시적으로 가능해졌다. 다만 A교수의 재판이 진행될 당시까지만 해도 구법이 적용됐다.

대법원은 녹음파일·녹취서의 증거 능력을 인정한 원심(2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2심)은 증인이 해외 체류 중이라 법정 출석에 따른 증인신문이 어렵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증거조사 방식인 ‘신문’에 의하지 않고 증인으로서 부담해야 할 각종 의무를 부과하지 않은 채 별다른 법적 근거 없이 인터넷 화상장치를 통해 증인의 진술을 청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진술의 형식적 변형(녹음파일과 녹취서 등본)에 해당하는 증거를 제출받는 우회적인 방식을 취했다”며 “이러한 조치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증인에 대한 적법한 증거조사로 볼 수 없다”고 봤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