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이럴 줄은 몰랐다"…2030 줄퇴사 '초유의 사태' [신민경의 여의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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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8개월 새 23명 퇴사…10년래 최다
금감원도 상반기 29명 떠나…14년 만 최다
"과도한 업무량·적은 보상·연공서열 관행 문제"
"왜 인기 떨어졌나" 정부도 진상 파악 나서
금감원도 상반기 29명 떠나…14년 만 최다
"과도한 업무량·적은 보상·연공서열 관행 문제"
"왜 인기 떨어졌나" 정부도 진상 파악 나서
"사명감도 돈에서 나옵니다. 일반 사기업 대비 공무원 월급이 거의 '삭감' 수준입니다. 정시 퇴근하는 날은 거의 없는데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니 실망감이 큰 거죠." ('충주맨' 김선태 충주시청 주무관)
행정고시로 불리는 5급 공채 출신 공무원들 사이 금융 전문성을 키울 수 있어 인기가 높던 금융위원회에서 직원들의 '퇴사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퇴사자 중 특히 주니어(재직기간 5년 미만) 직원이 4분의 1을 차지했다. 청년 공무원을 중심으로 한 '줄퇴사'는 행정부 국가직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정부는 공무원 인기가 이토록 추락한 이유에 대해 파악에 나섰다.
3일 한경닷컴이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금융위로부터 제출받은 '2015~2024 금융위 공무원 퇴직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에서는 올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총 23명이 스스로 퇴사했다. 이는 최근 10년래 최다 퇴사자다. 2018년·2019년 퇴사자는 각각 7명, 11명이다. 아직 1년을 채우지도 않았는데도 5~6년 전 퇴사자의 두세 배 규모가 떠나 새 기록을 쓴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위 총 임직원 수는 325명이다. 행정고시를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공무원들 수십명이 제 발로 빠져나간 것은 금융위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주니어 퇴직자도 올 들어 총 6명으로 최근 10년 만에 가장 많았다. 이 중 3명은 로스쿨에 최종 합격해 한꺼번에 금융위를 떠난 20대 직원들이다. 민간인 조직이지만 공무원 조직인 금융위의 지휘감독을 받는 금융감독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금감원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직원 29명이 떠났다. 상반기 벌써 2010년 이후 최다 퇴사를 기록한 지난해(퇴직자 43명)의 67%를 기록했다. 이 중 2030세대 퇴사자 수도 같은 기간 연간 최다 기록을 세웠다. 직원의 줄이탈에 심각성을 느낀 금감원은 지난 4월 7년 만에 조직 진단 외부 컨설팅도 진행했다.
이들이 공직 사회를 떠나는 주된 이유로는 평가·보상 체계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꼽힌다. 격무·기피 부서의 주무관·사무관들은 야근이 일상화됐다. 하지만 과도한 업무량 대비 보수가 적고 승진이 느리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연공서열이 관행처럼 굳은 인사체계도 공정성에 민감한 MZ세대로선 감당하기 힘들다.
우선 민간 기업에 크게 못 미치는 급여가 요인으로 꼽힌다.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르면 올해 기준 7급 3호봉 공무원과 6급 3호봉 공무원의 월급은 각 220만9000원, 245만3200원이다. 5급 역시 3호봉이 294만800원에 그친다. 반면 통계청이 집계한 2022년 직장인들의 세전 기준 월 평균 임금은 353만원이다. 특히 대기업 소속 직장인의 평균 임금은 591만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위 한 직원은 "국익을 위해 소신있게 일하라고 하지만 서울 광화문 내 기업체에 다니는 다른 동기들과 비교될 때 괴리를 느끼곤 한다"며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에 끌려다닐 때마다 그나마 위안삼았던 행정부 위상마저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토로했다. 금융위에서 사무관을 지내다가 로펌으로 되돌아간 한 변호사는 "로펌도 업무강도가 대단히 센 곳이지만, 금융위나 여기나 똑같이 야근할 바에 돈이라도 많이 받는 게 낫다"며 "급여가 3배가량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비효율적이고 경직된 조직 문화도 애로사항 중 하나다. 금융위 한 사무관은 "윗사람 보고용 자료에 집착하는 일명 '빨간펜' 문화가 사라지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아이디어 발굴 등 업무 분장 땐 직원들이 수평적으로 의견을 내고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권한도 보상도 없다"고 전했다. 이는 조직 내에서 인지한 문제기도 하다. 금감원 한 국장은 "우리로선 업무시간 총량이 근무평가의 기준이 되지만, 요즘 직원들에게는 결과가 중요하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입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며 "우리 조직이 야근을 미덕으로 여겼던 과거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정부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모양새다. 인사혁신처는 최근 행정학회를 통해 '공무원 인사 혁신을 위한 국민 인식 조사'를 맡긴 상태다. 공무원과 국민이 생각하는 공무원의 이미지가 무엇인지 조사하고, 공직의 인기가 떨어진 요인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게 골자다. 인사혁신처는 이번 조사 결과를 인사제도 개선에 참고하겠단 방침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최근 청년층의 공직 지원이 줄었다. 저연차 공무원의 공직 이탈도 늘고 있다"며 "그 원인을 파악하는 한편 향후 인사제도를 어떻게 바꿔가야 할지 도움을 얻고자 연구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행정고시로 불리는 5급 공채 출신 공무원들 사이 금융 전문성을 키울 수 있어 인기가 높던 금융위원회에서 직원들의 '퇴사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퇴사자 중 특히 주니어(재직기간 5년 미만) 직원이 4분의 1을 차지했다. 청년 공무원을 중심으로 한 '줄퇴사'는 행정부 국가직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정부는 공무원 인기가 이토록 추락한 이유에 대해 파악에 나섰다.
3일 한경닷컴이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금융위로부터 제출받은 '2015~2024 금융위 공무원 퇴직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에서는 올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총 23명이 스스로 퇴사했다. 이는 최근 10년래 최다 퇴사자다. 2018년·2019년 퇴사자는 각각 7명, 11명이다. 아직 1년을 채우지도 않았는데도 5~6년 전 퇴사자의 두세 배 규모가 떠나 새 기록을 쓴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위 총 임직원 수는 325명이다. 행정고시를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공무원들 수십명이 제 발로 빠져나간 것은 금융위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주니어 퇴직자도 올 들어 총 6명으로 최근 10년 만에 가장 많았다. 이 중 3명은 로스쿨에 최종 합격해 한꺼번에 금융위를 떠난 20대 직원들이다. 민간인 조직이지만 공무원 조직인 금융위의 지휘감독을 받는 금융감독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금감원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직원 29명이 떠났다. 상반기 벌써 2010년 이후 최다 퇴사를 기록한 지난해(퇴직자 43명)의 67%를 기록했다. 이 중 2030세대 퇴사자 수도 같은 기간 연간 최다 기록을 세웠다. 직원의 줄이탈에 심각성을 느낀 금감원은 지난 4월 7년 만에 조직 진단 외부 컨설팅도 진행했다.
이들이 공직 사회를 떠나는 주된 이유로는 평가·보상 체계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꼽힌다. 격무·기피 부서의 주무관·사무관들은 야근이 일상화됐다. 하지만 과도한 업무량 대비 보수가 적고 승진이 느리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연공서열이 관행처럼 굳은 인사체계도 공정성에 민감한 MZ세대로선 감당하기 힘들다.
우선 민간 기업에 크게 못 미치는 급여가 요인으로 꼽힌다.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르면 올해 기준 7급 3호봉 공무원과 6급 3호봉 공무원의 월급은 각 220만9000원, 245만3200원이다. 5급 역시 3호봉이 294만800원에 그친다. 반면 통계청이 집계한 2022년 직장인들의 세전 기준 월 평균 임금은 353만원이다. 특히 대기업 소속 직장인의 평균 임금은 591만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위 한 직원은 "국익을 위해 소신있게 일하라고 하지만 서울 광화문 내 기업체에 다니는 다른 동기들과 비교될 때 괴리를 느끼곤 한다"며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에 끌려다닐 때마다 그나마 위안삼았던 행정부 위상마저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토로했다. 금융위에서 사무관을 지내다가 로펌으로 되돌아간 한 변호사는 "로펌도 업무강도가 대단히 센 곳이지만, 금융위나 여기나 똑같이 야근할 바에 돈이라도 많이 받는 게 낫다"며 "급여가 3배가량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비효율적이고 경직된 조직 문화도 애로사항 중 하나다. 금융위 한 사무관은 "윗사람 보고용 자료에 집착하는 일명 '빨간펜' 문화가 사라지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아이디어 발굴 등 업무 분장 땐 직원들이 수평적으로 의견을 내고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권한도 보상도 없다"고 전했다. 이는 조직 내에서 인지한 문제기도 하다. 금감원 한 국장은 "우리로선 업무시간 총량이 근무평가의 기준이 되지만, 요즘 직원들에게는 결과가 중요하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입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며 "우리 조직이 야근을 미덕으로 여겼던 과거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정부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모양새다. 인사혁신처는 최근 행정학회를 통해 '공무원 인사 혁신을 위한 국민 인식 조사'를 맡긴 상태다. 공무원과 국민이 생각하는 공무원의 이미지가 무엇인지 조사하고, 공직의 인기가 떨어진 요인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게 골자다. 인사혁신처는 이번 조사 결과를 인사제도 개선에 참고하겠단 방침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최근 청년층의 공직 지원이 줄었다. 저연차 공무원의 공직 이탈도 늘고 있다"며 "그 원인을 파악하는 한편 향후 인사제도를 어떻게 바꿔가야 할지 도움을 얻고자 연구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