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주혁 LG유플러스 선임이 4일 서울 한강로 LG유플러스 사옥에서 국내 클라우드컴퓨팅 기술력을 설명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배주혁 LG유플러스 선임이 4일 서울 한강로 LG유플러스 사옥에서 국내 클라우드컴퓨팅 기술력을 설명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사비까지 털어가며 연습경기와 훈련을 거듭했습니다. 한국의 클라우드 기술력을 세계에 증명해 보이고 싶었거든요.”

지난달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 클라우드컴퓨팅 종목에서 첫 은메달을 이끈 한국팀 감독 겸 국제지도위원 배주혁 LG유플러스 선임(33)은 4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 한국팀 감독이자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가했다.

클라우드컴퓨팅 분야에서 한국이 메달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싱가포르·홍콩(동메달)을 누르고 중국(금메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배 선임은 “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하지만 2014년 종목으로 채택된 클라우드컴퓨팅에선 단 한 번도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며 “10년째 ‘메달 불모지’로 여겨지던 상황을 어떻게든 뒤집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시상식에서 한국이 호명됐을 때 온몸에서 전율이 일었다”고 회상했다.

국제기능올림픽은 ‘엔지니어들의 올림픽’으로 통한다. 2년마다 목공 같은 전통 기술부터 클라우드컴퓨팅, 사이버보안 등 첨단 기술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엔지니어들이 실력을 겨루는 국제대회다. 올해 대회에는 73개국에서 1400여 명이 참가했다. 메달리스트는 국내에서 병역특례와 연금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배 선임은 2022년에도 클라우드컴퓨팅 종목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클라우드컴퓨팅 종목은 참가자들이 주어진 시간 내 클라우드 환경에서 다양한 IT 인프라를 설계·구현·운영·최적화하는 능력을 겨룬다. 각국 대표 선수는 나흘간 매일 다른 과제를 해결하고 심사위원들의 점수를 받는다.

배 선임은 “2019년 선수로 참가했을 때 간발의 차로 4등을 했다”며 “한국팀의 실패 요인을 따져보니 기술력은 높은데 실전 감각이 부족한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은메달의 주인공 정현문 선수(삼성중공업)와 1년여간 실전 감각을 쌓는 데 집중했다. 배 선임은 “사비를 써가며 중국 아일랜드 싱가포르 등과 친선 경기를 하고 많은 과제를 풀도록 했다”며 “1년 동안 다른 국가와 한 친선경기만 8~9개로 역대 최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독일과는 온라인 친선전을 열기도 했다.

그가 국제기능올림픽에 발을 들인 것은 삼성전자 재직 시절이다. 배 선임은 2011년부터 삼성전자에서 IT 개발자로 근무하며 국제기능올림픽 경험을 꾸준히 쌓았다. 지난해 LG유플러스로 이직한 뒤에도 그 끈을 놓지 않았다. LG유플러스에서는 클라우드컴퓨팅, 통신사 인프라 구축 및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배 선임은 “클라우드컴퓨팅 기술은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늘 공부하고 단련해야 한다”며 “클라우드컴퓨팅 기술은 국내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도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년 뒤엔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고 자신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