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신청이 지난 2일 법원에서 기각된 가운데, 영풍이 같은 날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또다시 제기했다. 이는 해당 재판부를 무시한 것을 넘어 시세조종과 시장교란 의도를 가진 악의적인 행위라는 게 고려아연의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재판장 김상훈)가 지난 2일 영풍이 고려아연 대표이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을 전부 기각하면서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를 통한 자기주식 취득을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최윤범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베인캐피탈과 함께 주당 83만원에 총 3조1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려아연 이사회 결정이 나오자마자, 영풍은 서울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목적의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또다시 제출했다.

해당 가처분이 앞서 본인들이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 재판부에 똑같이 배당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또한 동일한 이유로 자신들의 가처분이 기각될 것을 알면서도 일단 시장 불안을 키우고 시간을 벌기 위해 또다시 가처분을 신청한 셈이다.

또 다른 의도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주주나 투자자들이 응하지 못하도록 사실상 각종 소송제기를 통해 ‘겁박’하려는 속셈도 담겨 있다. 나아가 영풍이 고려아연 주가를 낮추기 위해 ‘재탕’ 가처분신청을 의도적으로 오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다시 말해 이번 가처분 신청은 영풍이 공개매수 절차에 혼란을 야기함으로써 투자자들로 하여금 MBK파트너스 공개매수에 응하게 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은 시세조종 및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 금감원 진정과 함께 검찰 고발 등 강력한 법적대응에 나섰다.

지난2일 전부 기각된 법원의 가처분 판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식회사가 법에 따라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적법하고 △자기주식 취득이 공개매수기간 중에 진행돼도 위법하지 않고 △영풍 스스로 공개매수가격을 66만 원에서 75만 원으로 상향한 점 등에 비추어 고려아연의 적정주가를 명확히 산정할 수 없어 배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시세조정 역시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이에 더해 영풍 측이 주장한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한도가 586억원에 한정된다거나, 시세조종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주가를 낮추기 위해 시세를 조종하는 행위를 즉각 멈춰야 한다”며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에 대해 당사는 단호하게 맞설 것이며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