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자주포(오른쪽)와 K10 탄약운반차./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자주포(오른쪽)와 K10 탄약운반차./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국내 방위산업 관련주를 담은 상장지수펀드(ETF)가 최근 1년간 70% 넘는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 수백 발을 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등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불안이 높아진 영향이다. 증권가에선 외국인의 꾸준한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국내 방산기업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방산주의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AI 랠리도 제친 K방산

K방산 ETF '전쟁 랠리'…1년 수익률 70%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PLUS K방산’은 최근 1년간 70.13% 상승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식형 ETF 가운데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올 들어 글로벌 증시를 주도한 인공지능(AI) 반도체 테마형 ETF인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68.45%) ‘KODEX 미국반도체MV’(65.09%) 등의 1년 수익률을 뛰어넘었다.

방산주가 큰 조정 없이 꾸준히 상승한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불안 등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방산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기 때문이다.

국내 방산 주요 기업 4곳(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594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1944억원)의 3배를 웃돌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방산 대장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매출 11조2593억원, 영업이익 1조1046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각각 전년 대비 20.3%, 59.8% 증가한 수치다.

최근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는 외국인도 방산주는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906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하지만 현대로템(552억9141만원)과 LIG넥스원(537억1713만원)에 대해서는 순매수세를 보였다.

○중동전쟁 고조…美 대선도 호재

증권가에서는 최근 중동 불안이 고조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만큼 방산업계의 수출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배성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유럽은 군비 증강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중동 지역과 남중국해 지역에서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국내 방산 기업들의 꾸준한 수출 기회 확대가 예상된다”고 했다.

다음달 미국 대선 역시 방산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단 안보 원칙을 부정하고 있다. 그가 당선되면 세계적으로 각자도생을 위한 방산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 등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어 국내 방산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신한자산운용은 전날 ‘SOL K방산’ ETF를 신규 상장했다. 국내 방산주만으로 구성된 ETF는 PLUS K방산이 유일했는데, SOL K방산이 도전장을 낸 것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22% 하락했지만 이 ETF는 1.07% 올랐다. SOL K방산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 대형 방산주에 집중 투자하면서도 위험 작전 투입 등에 활용되는 로봇 관련 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 뉴로메카 등을 담은 게 특징이다. 정찰 감시 임무 등을 수행하기 위한 위성 개발 기업인 쎄트렉아이컨텍 등도 포트폴리오에 포함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