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선서 없이 해외에서 영상 진술을 청취한 경우 증언뿐 아니라 녹음파일과 녹취서의 증거능력도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사기 혐의를 받은 대학교수 A씨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교수는 2015~2016년께 2회에 걸쳐 허위로 조교 인사 제청서를 대학에 제출해 장학금을 부당하게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교 등록 조건을 갖춘 이들에게 명의를 빌려 장학금을 받게 한 뒤 근무는 시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일부 혐의에 무죄를 선고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일부 혐의의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지만 2심 재판부는 베트남으로 출국해 1심 당시 법정 증언을 하지 못한 피해자의 영상 증인신문을 해 증거로 채택했다.

대법원은 녹음파일·녹취서의 증거 능력을 인정한 원심(2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2심)은 증인이 해외 체류 중이라 법정 출석에 따른 증인신문이 어렵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증거조사 방식인 ‘신문’에 의하지 않고 증인으로서 부담해야 할 각종 의무를 부과하지 않은 채 법적 근거 없이 인터넷 화상장치를 통해 증인의 진술을 청취했다”고 지적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