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분쟁 중인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최소 1000억원의 이자 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회사들로부터 조 단위 자금을 빌린 데 따른 것이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며 약 3조1000억원을 은행과 증권사 등에서 조달했다. 1조7000억원을 단기 차입하고, 메리츠금융그룹을 대상으로 사모사채 1조원어치를 발행했다.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기업어음(CP) 4000억원어치를 찍었다.

급전이 필요한 고려아연은 높은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했다. 메리츠금융그룹에 1년 만기로 연 이자율 7%를 지급한다. 올해 고려아연 예상 순이익(6837억원)의 10%가량인 700억원이 이자로 빠져나간다.

고려아연 신용등급이 ‘AA+(안정적)’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고려아연의 공모사채 조달 금리는 연 3%대 초반으로 예상된다. 공모사채 금리보다 4%포인트 높게 조달한 셈이다. CP 이자 지급으로는 약 72억원이 들어갔다.

단기차입금 1조7000억원의 금리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오는 18일부터 대항 공개매수를 위해 빌리는 자금의 금리가 연 5.7%라는 점을 감안해 같은 조건을 적용하면 이자 비용은 48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최 회장의 출혈도 만만치 않다.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 주식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에 대해 총 1181억원 규모의 공개매수에 들어가면서 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최씨 일가는 공개매수 자금을 모으기 위해 영풍 주식 약 100억원어치를 장내에서 매도하기도 했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은 지난달 공개매수 가격을 높이면서 기존 대비 이자 부담이 18% 늘었다.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를 위한 이자 비용에 약 811억원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과 영풍 모두 경영권 분쟁 이후 이자 부담이 늘어 신사업 투자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당분간 두 회사의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