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이란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하면 국제 유가는 배럴당 13달러,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해 원유 수송선의 통행을 중단시키면 28달러 오를 수 있다.”

에너지시장조사업체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는 이란-이스라엘 분쟁 시나리오별 국제 유가를 이렇게 전망했다. 이란은 세계 주요 원유 생산국이자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을 직접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과의 충돌 과정에서 유가를 얼마든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가 변동성 1년 만에 최대

유가변동성 1년만에 최대…美항만 파업에 해상운임도 올라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미국 관료들은 전날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 원유 생산기지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 4일 유대교 명절인 로시 하샤나가 끝나는 대로 보복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3%(하루 327만 배럴)를 차지하는 이란이 공격받으면 국제 유가는 요동칠 수 있다. 이란은 국제사회 제재 때문에 공개적으로 원유를 수출하지는 못하지만 중국 등에 밀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석유시설 타격의 보복으로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면 국제 원유 수송량의 약 3분의 1이 멈출 수 있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캐피털마켓 글로벌상품전략책임자는 전면전 위험이 고조되면 전쟁에 따른 피해 비용을 국제화하기 위해 이란과 친이란 세력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접국 에너지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원유 공급망 압력이 커지자 국제 유가 변동성은 1년 만에 최대로 확대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서부텍사스원유(WTI)의 50일 내재 변동성(IV)은 가자전쟁 발발 이후 최고치인 39.2%를 기록했다.

○항만 파업에 인플레이션 또 오나

미국에서는 항만노조 파업이 시작되자 코로나19 공급망 위기가 재연되는 것을 우려한 시민들이 사재기에 나섰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이날 버지니아주 알링턴 코스트코에서는 평소 건물 천장까지 쌓여 있던 휴지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항만노조 파업으로 생필품을 구매하지 못할까 봐 소비자들이 화장지를 ‘패닉 바잉’하면서다. 계산대 앞에는 휴지와 고기, 바나나 등을 쇼핑카트에 가득 실은 소비자들이 길게 줄을 섰다.

전문가들은 이런 공포가 다소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소매업체들이 파업에 대비해 물류를 서부 항구로 돌리거나 일찍 선적했기 때문이다. 다만 소고기 커피 바나나 등 미국 자급률이 떨어지는 식자재는 이미 가격 상승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3주째 정비공들이 파업 중인 비행기 제조사 보잉은 파업이 끝나더라도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생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해상운임도 오르고 있다.

세계 1위 해운업체 MSC와 머스크(2위), CMA CGM(3위), 하파그로이드(5위) 등 선사들은 미국 동안을 오가는 화물에 대해 1TEU(20피트 컨테이너 한 개)당 800~1500달러 수준의 할증을 적용하고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