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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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해상풍력발전 시장에 중국 자본과 중국산 기자재의 공습이 현실화하고 있는데도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공단 등 주무 부처는 실태 파악조차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유럽연합(EU), 대만 등은 자국 산업 보호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부품사의 해상풍력발전 입찰을 제한하고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있다. 산업계에선 일정 비율 이상의 국산 기자재 사용 의무화 등 해상풍력발전 산업 보호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실화한 중국산 잠식

中 해상풍력 '저가공습' 위협…"정부의 특단 대책 필요"
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산업부와 에너지공단에 최근 5년간 국내 해상풍력발전 단지에 사용된 중국산 기자재(터빈, 해저케이블 등) 비율, 중국산 기자재 사용 추이, 국산 기자재 사용 현황에 관한 조사 자료를 요청했으나 산업부 등은 “자료가 없다”고 답변했다. 나 의원은 중국 자본 유입 현황(최근 5년), 중국산 해저케이블 관련 위험성 평가, 국내 중소기업 피해 규모 등의 자료도 요구했지만 사업 심사 담당 기관인 공단 측으로부터 “모른다”는 회신만 받았다.

중국산 공습에 대한 경고음이 울린 건 지난해 12월부터다. 정부가 허가한 △신안 우이 △영광 낙월 △완도 금일 1·2 △전북 고창 등 5개 해상풍력 고정입찰 사업에서 주요 기자재의 납품업체가 중국 기업인 것으로 밝혀졌다. 예컨대 364.8㎿ 규모의 전남 영광 낙월 해상풍력발전은 태국 비그림파워가 사업의 전체 윤곽을 설계한 개발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는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주체가 중국엔지니어링공사(CEEC)다. 이에 따라 터빈은 중국 벤시스에, 해저케이블은 중국 헝퉁관뎬에서 공급받기로 했다.

전북 고창은 터빈 공급사로 중국 밍양스마트에너지를 선정했다. 나 의원실 관계자는 “영광 등 중국산을 사용하기로 한 풍력단지의 기자재 납품사 등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요청했지만 ‘사용 현황을 공개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국내 생태계 키울 방안 마련해야”

산업계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건 해저케이블 분야다. 해상풍력발전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육상으로 전송하기 위한 해저케이블을 매설하려면 해저 지형 정보가 필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해저케이블을 사용하면 국내 해저 지도가 노출되는 것은 물론 해군의 훈련 지역과 잠수함 이동 동선 등 민감한 군사 정보까지 넘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저케이블에는 감지 센서도 부착된다. 케이블을 보수하거나 찾으려면 위치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에너지공단은 사업자를 선정할 때 중국 기업이 설치한 해저케이블의 통신 도청 가능성, 군사 정보 노출 등 위험성 관련 평가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20년 동안 정해진 가격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을 보장하는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제도를 2022년 시행하며 사업자 선정 기준에 전기 공급 가격 비중을 60% 배정한 탓이다.

정부가 지난 8월 전기 공급가격 배점 비중을 현행 60%에서 50%로 낮추고, 국산 공급망 및 안보 등을 포함한 ‘산업경제효과’ 비중을 16%에서 26%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했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중국 자본이 한국 기업으로 위장해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국산 기자재 사용을 유도해 국내 생태계를 키우고 경쟁력부터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2022년 캘리포니아주와 동남아시아를 연결하는 해저케이블 사업을 위해 중국 차이나모바일과 손잡은 메타(옛 페이스북)에 ‘중국 기업 배제’를 요구했다. EU집행위원회는 해저케이블 인프라 분야에서 중국 화웨이, ZTE 등 ‘고위험 사업자’의 단계적 퇴출을 권고했다.

나 의원은 “정부가 중국산 해저케이블 사용에 눈감고 있다는 것은 국가 핵심 산업의 보호와 육성에 대한 의무를 저버린 것과 다름없다”며 “해상풍력 사업의 전반적인 운영 현황을 재검토하고, 국내 기업을 보호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의명/황정수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