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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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머니마켓펀드(MMF)에 고금리로 현금성 자산을 불리려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며 MMF 자산이 사상 최고 기록을 썼다. MMF 수익률이 시장보다 한 발짝 늦게 움직이는 덕분에 금리 인하 국면에도 MMF에서는 여전히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자산운용협회(ICI)를 인용해 지난 2일 기준 MMF의 총 자산 규모가 6조4600억달러(약 8600조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9월 마지막 주(9월 26일~10월 2일)에만 약 387억달러(약 51조6500억원)에 이르는 신규 자금이 유입됐다.

올 3분기 동안에는 MMF에 총 3210억달러(약 428조4100억원)가 들어왔다. 직전 분기 유입액인 630억달러(약 84조800억원)의 5배에 이른다. 이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충격으로 은행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MMF로 몰린 지난해 3월 이후 분기별 기준 최대 유입액이다.

MMF는 단기국채 등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초단기 채권형 펀드로, 환매가 쉬운 현금성 자산이다. 국·공채,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신용위험이 거의 없는 상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한다는 점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짧은 기간만 맡겨도 은행 예금보다 비교적 높은 이자를 주는 것로 알려져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채권을 매수하기 전에 자금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은행 예금과 MMF 금리 간 차이가 큰 틈을 타 MMF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며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단행한 시점에도 MMF 자금 유입은 멈추지 않았다. MMF가 기준 금리의 변동을 반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은행에 비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도 MMF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국채 금리는 기준금리와 밀접하게 연동되지만, MMF는 보유 자산이 다양해 기준 금리 인하에도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펀드정부 제공업체 크레인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내 100대 MMF의 평균 수익률은 연 4.75%로 집계됐다.

종류별로는 국공채 등에 주로 투자하는 정부기금 MMF에 특히 자금이 몰렸다. 지난 한 주동안 정부기금 MMF에는 425억달러(약 56조6800억원)가 유입됐지만, 기업어음(CP) 등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프라임 MMF에서는 같은 기간 57억8000만달러(약 7조7100억원)가 빠졌다.

MMF의 수요는 시중 은행 예금 상품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베시 그라섹 모건스탠리 분석가는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은행들이 이미 당국의 정책에 맞춰 금리를 낮췄다는 사실은 은행들이 자체 금리를 낮추는 데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