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원유시설 공격 논의"…배럴당 200달러 공포 [오늘의 유가]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 이후 중동 정세에 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장 대비 3.61달러(5.15%) 오른 배럴당 73.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3거래일 상승세로, 이번 주에만 8% 가까이 급등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12월분)는 3.72달러(5.03%) 치솟은 배럴당 77.62달러를 기록했다.
사진=AFP
사진=AFP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동 정세로 인해 유가가 2023년 10월 13일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가에 위험 프리미엄이 추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물류가 막힐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원유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 공격을 감행한다면, 유가는 배럴당 200달러 안팎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스웨덴 은행 SEB의 비야른 쉴드롭 수석 원자재 분석가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산업을 공격하면 원유 거래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석유 무역 동맥 중 하나인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공급 중단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타격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제 생각에 그것은 좀…"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시사한 뒤 "우리는 그것에 대해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CIBC프라이빗웰스의 선임 에너지 트레이더인 레베카 바빈은 블룸버그통신에 "에너지 인프라를 잠재적인 표적을 삼을 수 있다는 사실은 시장에 완전히 놀라운 것은 아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의견을 들으면 그 가능성이 현실에 가까워질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이란 원유시설 공격 논의"…배럴당 200달러 공포 [오늘의 유가]
세계 원유 시장에서 전체 공급량 3분의 1가량은 중동에서 나온다. 이란은 지난달 하루평균 33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CNBC에 따르면 TD 증권의 상품 전략가인 대니얼 갈리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현재 걸프전 이후 최고 수준일 것"이라며 "문제는 예비 석유 생산 능력이 중동, 특히 걸프만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분석가들은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능력이 그나마 유가를 낮게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컨설팅업체 리스타드의 글로벌 시장 분석 책임자 클라우디오 갈림베르티는 "중동에서 전투가 격화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OPEC+가 원유 공급 차질에 대비해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쉴드롭 분석가도 "이스라엘이 (이란의 탄도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의 석유 인프라를 공격할 경우 OPEC+의 예비 생산 능력은 이란의 수출 중단을 감당하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