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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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가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내몰림)을 막기 위해 에어비앤비 등 온라인 공유 숙박 플랫폼을 활용한 임대 기간에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접국가인 미국에서부터 멕시코시티 공유숙박에 대한 수요가 늘며 임대료가 치솟고, 호텔 산업이 타격을 입자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1년 중 절반 이상을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지낼 수 없어

보도에 따르면 멕시코시티 시의회는 1년 중 절반이 넘는 기간동안 온라인 서비스를 활용해 부동산을 임대하는 것을 금지하는 개정안을 지난 2일 승인했다. 디지털 플랫폼에 등록된 숙박 시설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총 숙박일수가 182일을 넘겨서는 안된다는 게 골자다. 또한 정부가 건설한 공공주택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관광객에게 임대하는 것도 금지한다.

시 의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개혁의 목적은 "현지 호텔과의 불공적한 경쟁을 줄이는 데에 있다"고 밝혔다. 멕시코시티 주택 및 관광위원회 대표인 세사르 기조사 시의원은 "해당 법안이 디지털 관광 숙박 시설 공급을 제한하면 시장 균형을 촉진하고, 호텔 산업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고, 관광객 전용 주택이 포화돼 지역의 특색이 변질되는 부작용도 막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다만 일부 의원들은 이번 개혁안이 개인의 자유와 재산 소유 권리를 침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평균 월세가 월급의 5배심각한 '젠트리피케이션'에 칼 빼든 시 의회

멕시코시티에 기반을 둔 SNS 크리에이터가 올해 초 도심에 '앵글로색슨(영미권 사람들): 당신이 집에 갔으면 한다'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붙이겠다고 밝혔다. (자료=인스타그램 @velvetdiablito)
멕시코시티에 기반을 둔 SNS 크리에이터가 올해 초 도심에 '앵글로색슨(영미권 사람들): 당신이 집에 갔으면 한다'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붙이겠다고 밝혔다. (자료=인스타그램 @velvetdiablito)
미국에서 온 '디지털 노마드(디지털 유목민)'이 멕시코시티를 찾으며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크게 늘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원격근무가 가능한 미국인들이 미국 도시에 비해 임대료와 생활비가 저렴한 멕시코시티로 몰려오며 임대료를 끌어올리고, 결국 지역주민들은 비싼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지역을 떠나게 됐다는 설명이다. 라틴아메리칸포스트는 멕시코시티의 평균 월세는 23000페소(약 158만원) 이상이지만 시민들의 월 평균 소득은 평균 5400페소(약 37만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멕시코시티의 한 아파트 주인이 기존 세입자들의 연간 계약 갱신을 거부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2022년 당시 기존 세입자들은 월세로 10000페소(약 69만원)를 냈는데, 에어비앤비에서 같은 아파트의 월세는 91800페소(약 632만원) 수준이었다고 엘파이스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몇 년 전만 해도 멕시코시티의 임대료는 매우 저렴했지만, 지금은 지역 주민은 물론이고 외국인도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미국인들은 멕시코에서 최대 6개월 동안 일하기 위해 관광 비자를 발급받고, 이후 떠났다가 돌아오는 식으로 체류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 이민당국에 따르면 2022~2023년 미국인에게 발급된 임시 거주 허가증 발급건수는 2019년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

멕시코시티 의회는 치솟는 임대료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시 의회는 지난 4월부터 에어비앤비 운영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운영자가 한 건물에서 3개 이상의 숙소를 등록하려고 할 때에는 반드시 상업 시설로 등록해야 한다는 규정을 실시하기도 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