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식용유 값 급등에…자체생산 장려 대책 내놨다 [원자재 포커스]
인도 정부가 식용유 자급을 위한 농업 보조금을 도입한다. 콩기름, 해바라기씨유 등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급등한 이후 안정세를 찾았으나 최근 인도 정부의 보호무역 조치로 가격이 불안정해지고 민심이 동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인도 정부는 성명을 통해 값비싼 수입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7년 이내에 인도 내 식용유 생산량을 2배로 늘리기 위한 1100억 루피(약 12억 달러) 규모의 프로그램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식용유 수입국인 인도는 현재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 주로 팜유, 콩기름, 해바라기유를 수입하고 있다. 국내 식용유 수요의 3분의 2가량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 인도의 식용유 수입액은 2006~2007년 22억달러에서 2023~2024년엔 150억달러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인도의 식용유 수입량은 437만t에서 1550만t으로 증가했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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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캐나다의 대두, 해바라기 씨 등 원자재 작물 작황이 호조인데도 이를 가공한 식용유 가격은 상승세다. 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한 식물성 기름 지수는 지난 8월까지 3개월 연속 상승해 전월 대비 1.0포인트(0.8%) 상승했고 2023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세계 각국이 자국 농민 보호를 위해 관세를 높이고, 식품 기업들은 마진을 유지하기 위해 소비자 가격에 이를 전가하는 등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지중해 지역의 극심한 가뭄과 폭염으로 올리브유 가격이 급등하자 유럽의 가정에서 올리브유 대신 해바라기유와 카놀라유 등 다른 기름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시 오르는 해바라기씨유 / Trading Economics
다시 오르는 해바라기씨유 / Trading Economics
게다가 지난달 인도는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원유 및 정제 식용유에 대한 기본 관세를 20% 포인트 인상하는 조치를 취한 탓에 인도 국내 식용유 가격 부담은 더욱 높아졌다. 관세 부담으로 소비자 가격이 올라가면서 수요가 줄어 수입도 급감했다. 9월 인도의 팜유 수입량은 전월 대비 34%가량 감소해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도 소비자들은 팜유 대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두유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확량이 많고 기름 함량이 높은 작물 품종 재배를 장려하고, 유지 종자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다. 유전자 편집과 같은 첨단 기술도 사용해 우수한 종자를 개발하는 데도 투자한다. 인도 정부는 2030~2031년까지 식용유 생산량을 현재 1270만톤(t)에서 2545만t으로 늘려 국내 예상 수요의 약 72%를 자국산으로 충당하는 게 목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