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방향) 양현석 YG 총괄 프로듀서, 박진영 JYP 창의성 총괄 책임자, 탁영준·장철혁 SM 공동대표,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각 소속사 제공
(시계 방향) 양현석 YG 총괄 프로듀서, 박진영 JYP 창의성 총괄 책임자, 탁영준·장철혁 SM 공동대표,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각 소속사 제공
2024년이 세 달가량 남았다. 상반기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 고전을 면치 못했던 엔터테인먼트사들은 마지막 4분기를 남겨두고 절치부심할 전망이다.

엔터사들에게 올해는 유독 뼈아픈 한해였다. 주요 4사(하이브, JYP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연초 대비 일제히 급락했다. 가장 큰 폭을 보인 건 JYP로 49.7%나 떨어졌으며, 하이브·SM·YG 역시 각각 28.4%, 27.7%, 20.5% 하락했다.

실적 부진은 곧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건 앨범 판매량 감소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상반기 음반 판매량 1~400위 앨범의 누적 판매량은 4670만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820만장(14.9%) 감소했다.

수출액 역시 축소됐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1~6월 음반(CD, LP) 수출액은 1억3161만 달러(약 1813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 감소했다. 상반기 음반 수출액이 꺾인 건 2015년 이후 처음이었다. 하이브는 지난해 상반기 음반/음원 매출이 전체의 41.7%(4301억원)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39.41%(3946억원)로 위축됐다. JYP 역시 1385억원이었던 음반 사업 매출이 730억으로 절반 가까이 꺾였다.

과열됐던 K팝 앨범 판매 경쟁의 여파와 함께 엔데믹 이후 월드투어가 활발히 전개되면서 앨범에 집중됐던 소비가 콘서트, MD 구매 등으로 분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공연 수익이 오르는 와중에도 음반 판매량은 여전히 중요하다. 투어의 경우 아티스트가 직접 팬들을 만나야 하는 물리적·시간적 한계가 뚜렷하지만 음반은 이러한 제약에서 자유롭고, 반복 구매를 유발할 수 있으며, 신보는 물론 구보 구매까지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말 비수기에 돌입하기 전 대형 아티스트 컴백 효과에 따른 앨범 판매, 새 월드투어 확장 등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JYP와 SM이 편입되면서 엔터주 전체의 분위기도 반전된 상태다. 지난 4일 기준 4사의 주가가 모두 상승 마감했다.
(시계 방향) 그룹 2NE1, 트와이스 미사모, 에스파, 세븐틴 /사진=각 소속사 제공
(시계 방향) 그룹 2NE1, 트와이스 미사모, 에스파, 세븐틴 /사진=각 소속사 제공
하이브에서는 1군 라인업인 세븐틴이 컴백한다. 세븐틴은 그룹 방탄소년단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보이그룹으로 지난해 음반 판매량 1000만장을 달성했다. 올해는 베스트 음반 '17 이즈 라이트 히어(17 IS RIGHT HERE)'로 300만장, 스페셜 유닛 정한X원우와 세븐틴 구보로 532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오는 14일 발매되는 미니 12집 '스필 더 필스(SPILL THE FEELS)'로는 선주문량 300만장을 넘겨 또 한 번 '1000만장 달성' 기록을 쓸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컴백 이후로는 월드투어에 돌입한다.

JYP는 K팝 최대 소비국 일본을 공략한다. JYP 양대 톱 남녀그룹인 트와이스와 스트레이 키즈 모두 일본으로 향한다. K팝 걸그룹 최초로 일본 닛산 스타디움에 입성해 14만 관객을 동원했던 트와이스는 유닛 미사모로 활동을 이어간다. 미사모는 11월 6일 일본에서 두 번째 미니앨범 '오트 쿠뛰르(HAUTE COURURE)'를 발매하고, 현지 돔 투어까지 이어간다. 스트레이 키즈도 내달 정규 2집을 발매한다. 국내에서는 데이식스의 인기 돌풍 속에서 ITZY,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등이 컴백한다.

SM은 세대교체 기반을 탄탄하게 다졌다. 지난해 데뷔 앨범을 104만장 팔았던 라이즈는 올해도 미니앨범 '라이징(RIIZING)'을 판매 첫 주 동안 125만장이나 팔아치웠다. 라이즈에 이어 NCT 위시까지 안정 궤도에 올렸다. 음반과 음원 동시에 강세를 보이는 에스파가 오는 21일 컴백하며, 잇단 신인 성공의 기세를 이어 에스파 이후 4년 만에 걸그룹까지 새롭게 론칭한다.

YG는 블랙핑크의 공백과 4, 5세대 캐시카우 부재 속에서 '흥행 불패 카드'인 2NE1을 꺼냈다. 지난 4일부터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개최된 콘서트 '웰컴 백 인 서울(WELCOME BACK IN SEOUL)'은 빠르게 전석 매진됐다. 올림픽홀이 4000여석에 불과해 국내 규모가 다소 아쉽기는 하나, 이후 아시아 9개 도시, 총 15회에 걸쳐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공연도 추가한 상태다. '블랙핑크 여동생' 그룹인 베이비몬스터의 정규 1집도 내놓는다. '실력파'로 주목받은 이들이 회사의 핵심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인지 판단할 중요한 결과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