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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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PRO] "조금 위험해도 괜찮다고?"…A등급 회사채, 한 방에 훅 갈수도 [류은혁의 채권 투자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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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투자 교과서 <8>
분석편, A등급 회사채

금리 높을수록 신용등급 낮아

1년 만에 A→CCC 강등되기도
변제 순위도 잘 따져야…후순위 위험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회사채 투자에 재미를 붙였다. 회사채란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이씨는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회사채를 주목하고 있다. 이씨는 "최근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면서 고금리를 주는 채권에 눈길이 간다"고 말한다.

개인 투자자들이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올 들어 비우량채를 쓸어 담고 있다. 4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의 신용채 잔고(선순위 기준)에서 A등급 신용채(회사채·금융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말 19.0%에서 지난 7월 말 34.0%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이 기간 전통 인기 우량채인 AA등급(44.2%)과의 비중 격차도 32.3%포인트에서 10.2%포인트로 3분의 1가량 줄었다.

A등급 신용채는 AAA부터 BBB-까지의 10단계 투자적격등급 중 5∼7번째에 속하는 비우량 채권이다. 시장 변동성이 있어 'A'라는 어감과는 달리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낮은 편이다.

연 6% 금리 A등급 회사채…위험한 이유

개인 투자자의 A등급 신용채 투자 비중이 이처럼 높아진 건 은행 예적금 금리가 연 3∼4% 수준에 머물고 국내 증시가 횡보를 거듭하면서 A등급 신용채가 고수익 대안 상품으로 떠오르면서다. 여기에 투자적격등급 최하위권인 BBB급 채권보단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현재 A등급 회사채(2년물)의 금리는 최대 6%대다. 통상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채권 금리는 높아진다.

하지만 높은 금리를 노리고 신용등급이 낮은(부도위험이 높은) 채권을 고를 때는 자칫 원금을 날릴 수 있다. 일각에선 A등급 채권까지는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무조건 안전하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언제든 투자부적격등급으로 하향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BBB 이상을 투자적격등급으로 분류하며, BB 이하는 투자부적격등급이라고 한다. 신용등급의 마지막 D는 부도(default) 상태를 말한다.

A등급 회사채가 1년 후에는 CCC등급 회사채로 돌변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지난해 연초 A이던 태영건설 신용등급은 같은 해 6월 A-로 하향된 뒤 워크아웃 소식에 CCC등급으로 강등됐다. 1년도 안 돼 신용등급이 A등급에서 CCC등급으로 하향된 것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 속 회사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졌으나 신용등급엔 뒤늦게 반영된 탓이다. 그렇다 보니 시장에선 신용평가사가 매긴 신용등급을 100% 신뢰할 수 없단 의견도 나온다.

대내외 변수도 주의해야

개별 기업의 부도 위험만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과 같은 전염병 사태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고금리 기조 등 대내외 변수가 위기로 닥쳐 기업의 자금경색이 가속화할 수 있다. 이 경우 투자부적격등급으로 강등되는 회사채도 잇따라 나올 수 있다.

A등급 회사채에 투자할 때는 변제(돈을 갚는) 순위를 알아둬야 한다. 선순위 채권은 회사가 해산하거나 파산할 때 먼저 변제받을 수 있고, 후순위 채권은 그다음 순서로 변제받는다. 후순위 채권 이자율이 선순위 채권보다 당연히 높다. 금리가 높은 만큼 후순위채일 가능성이 높다. 파산한 기업이 돈을 갚는 순서는 예금자→선순위 채권자→후순위 채권자→주식 보유자 등이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채권연구센터장은 "A등급 신용채는 대기업이 발행하는 경우가 다수라 안전하다고 믿기 쉽지만, 태영건설 사태처럼 신용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