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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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고령 주택 보급이 새로운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민간에서 시니어 주택을 공급하고 있지만, 대부분 단지 고급화로 임대료가 비싼 데다 공급 물량 역시 수요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지자체마다 시세보다 저렴한 시니어 주택 개발에 나서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도 수도권에 대규모 시니어타운을 조성하는 등 가격 부담을 덜어낸 공공 시니어 주택 공급이 속도를 내고 있다.

시니어 주택 ‘가격 부담’ 여전

4일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3년 549만 가구에 불과한 고령자 가구 수는 2039년 1010만 가구, 2050년 1137만 가구로 증가한다. 2023년 전체 가구 중 25.1%에 불과한 고령자 가구 비율은 2050년 절반 수준인 49.8%까지 늘어난다. 특히 가족 부양 개념 약화로 독거 인구 중 노인 비율은 2015년 27.3%에서 2025년 34.3%, 2035년 45.0%로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의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추계 자료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 적립금은 2026년을 기점으로 적자로 돌아서고, 2030년에는 적자 규모가 최대 4조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대부분 독거 노인 인구의 부양 부담이 국가나 지자체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민간이 공급하는 시설은 대부분 임대료와 보증금 부담이 크다. 최근 고급화에 나선 노인 복지주택의 경우 최대 10억원대 보증금에 매달 300만~500만원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수도권에 '반값' 시니어주택 들어선다
업계에선 시니어 주택의 특성상 국가 지원 없이 가격을 낮출 순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니어 주택은 각종 편의시설과 의료시설이 가까운 입지에 조성돼야 하고, 의료 서비스 등도 제공해야 해 그만큼 비용이 커진다는 것이다.

‘시세 30%’ 공공 시니어 주택

최근 정부와 지자체가 주도하는 시니어 주택 사업이 활발하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운영이 가능해 중산층 이하 노인 가구가 큰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서울시는 고령자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대책으로 ‘어르신 안심주택’을 도입한다. 고령자에게 주변 시세의 30~85% 수준으로 저렴한 주택을 제공하며, 사업자에게는 용적률 상향과 80% 임대 및 20% 분양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어르신 안심주택은 일반적으로 도시 외곽에 들어서는 실버타운이나 요양시설과 달리 유동 인구가 많고 병원 등 생활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역세권에 조성된다. 의료 지원을 쉽게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독거 노인들이 사회적 고립이나 우울감을 덜 겪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2027년에는 첫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LH는 일반인에게 주식 형태로 민간 투자 자금을 모으는 ‘헬스케어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활용해 시니어타운을 조성 중이다. 중산층 고령 가구를 대상으로 편의성은 높이면서 가격 부담은 낮출 계획이다. 지난 4월 경기 화성 동탄2지구에 헬스케어리츠 사업을 시작했다. 시니어주택 2550가구와 의료시설, 복지시설 등이 들어설 전망이다.

경기도와 GH(경기주택도시공사)도 남양주 다산진건 공공주택지구 내 일반상업용지에 중산층용 시니어주택을 공급한다. 분양 경기 악화로 상업시설 부지 매각이 여러 차례 유찰되자 아예 공공 차원에서 시니어 주택 개발을 선택한 것이다. 2인 가구 기준 전용면적 50㎡ 내외 시니어주택 150가구와 병원이 포함된 상가 등으로 이뤄진 복합건물로 개발될 전망이다. 식사를 포함한 월 생활비는 2인 기준 200만원대로 민간의 절반 수준에 공급될 예정이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