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무기 개발하다 과학기술 첨병 된 '다르파'
1957년 10월 미국이 충격에 빠졌다.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위성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실려 우주로 발사됐다. 소련이 ICBM으로 핵폭탄 같은 훨씬 더 무거운 탄두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 어느 도시에도 보낼 수 있게 됐다는 뜻이었다.

소련의 과학기술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자 미국 정부는 이에 대응하는 조직을 꾸렸다. 국방부 내에 고등연구계획국(ARPA)이라는 명칭으로 ‘미래의 거대 무기 시스템’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곳이었다. 이 조직은 이후 베트남전을 거치며 앞에 ‘국방’이라는 글자가 붙었다.

<다르파 웨이>는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다르파·DARPA)이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창의적인 군사 연구기관으로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다르파는 끊임없이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했다. 인터넷, 범지구적 위치측정시스템(GPS), 스텔스 기술, 무인 드론 등 우리 생활에서 흔히 사용되는 기술이 다르파의 혁신적인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베트남전쟁은 다르파의 기술력이 미군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던 시기였다. 다르파는 정글에서 가볍게 들고 다니기 쉬운 ‘M16 돌격 소총’을 개발했다. 이 소총은 아직도 미군 병사들이 사용한다. 낮게 나는 무인기, 적을 추적하는 감청 장비와 땅의 진동을 측정하는 기기 등 전쟁용 기기가 속속 개발됐다. ‘에이전트 오렌지’라고 불리는 고엽제를 개발한 것도 다르파였다. 화학무기 사용은 윤리적 논란을 불러왔다.

다르파의 기술력이 발전할수록 과학과 전쟁의 윤리적 딜레마는 더 깊어졌다. 1970~1980년대를 거치며 전쟁 이외의 작전으로 기술은 더욱 확장됐다. 가상공간에서 작전을 펼치는 시뮬레이터 네트워킹 프로젝터도 개발됐다. 이는 수많은 사람이 참여한 세계 최초의 온라인 롤플레잉게임(MMORPG)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걸프전, 2000년대 테러와의 전쟁을 거치면서 다르파는 과학기술의 최첨단에서 활동했다. 인공지능, 로봇뿐만 아니라 뇌-기계 인터페이스, 유전자 편집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킬러 로봇’이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다. 저자는 다르파가 가져올 미래 기술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할 때라고 전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