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못 놓겠어요"…수십억 부담에도 김연아에 '집착'하는 이유 [김세린의 트렌드랩]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17회
'CF퀸' 김연아, 여전히 썼다 하면 '대박' 터진다
이랜드 뉴발란스, 에스파 윈터까지 "투트랙"
쿠첸, 밥솥 판매량 '쑥'…"대표와 깊은 연"
롯데칠성 "'김연아 제로 음료'가 매출 견인"
'CF퀸' 김연아, 여전히 썼다 하면 '대박' 터진다
이랜드 뉴발란스, 에스파 윈터까지 "투트랙"
쿠첸, 밥솥 판매량 '쑥'…"대표와 깊은 연"
롯데칠성 "'김연아 제로 음료'가 매출 견인"
“’퀸’(여왕)의 파급력은 여전합니다. 김연아가 입고 쓰는 제품을 거부할 사람이 있을까요.”
수십 년째 ‘CF퀸’ 타이틀을 놓지 않는 ‘피겨 여왕’ 김연아를 두고 나온 말입니다. 엄청난 팬덤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연예인 못지않게 김연아를 광고모델로 활용했을 때 효과가 여전하다는 뜻인데요. 실적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기업의 긍정적 이미지 형성에 크게 기여하는 만큼 오래도록 김연아를 놓지 못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수십억원대의 모델료를 감수하고도 김연아 외 다른 모델을 추가로 기용하는 등 ‘투트랙’ 전략을 취하는 업계도 있는데요. 오늘은 유통업계가 김연아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파헤쳐보겠습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신발 브랜드 뉴발란스를 전개하는 이랜드월드는 김연아를 두고 ‘뉴발란스의 상징’이라고 칭합니다. 뉴발란스는 2016년부터 요가, 필라테스 등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우먼스 라인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하면서 그해 모델로 김연아를 발탁,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뉴발란스는 김연아의 주 종목인 피겨 스케이팅의 핵심이 ‘균형(BALANCE)’ 인 점에서 브랜드 이미지와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연아가 모델로 발탁된 2016년 겨울 뉴발란스가 선보인 ‘NB 연아 다운자켓’은 그해 10만장 판매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출시한 지 한 달도 안 돼 초도 발주량 중 70%가 팔렸는데요. 2017년 출시한 레터링 레깅스도 10만장 이상 판매되며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입니다. 지난해에는 김연아를 앞세워 숏(짧은 기장) 패딩 트렌드를 반영한 ‘액티브 크롭 숏 다운’을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이끌었습니다. 김연아의 화보를 공개하며 ‘어떤 겨울이든, 가볍게, 따뜻하고 우아하게’라는 콘셉트를 내세운 점이 통했다고 회사는 전했습니다. 김연아를 앞세운 덕분인지 우먼스 라인 매출은 지난해 기준 론칭 연도 대비 약 67% 늘어나며 뉴발란스의 핵심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김연아는 최근까지도 뉴발란스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지난 2월 뉴발란스는 ‘런 유어 웨이’ 캠페인을 공개하고, ‘무슨 생각을 해? 그냥 달려! 너답게’라는 메시지와 함께 김연아가 추천하는 러닝화를 공개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의 마당에서 열린 '2024 런 유어 웨이 서울 대회’에는 김연아가 직접 현장을 찾아 러너들을 독려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뉴발란스 관계자는 “그간 스포츠 브랜드들이 기능성을 강조한 거친 이미지의 우먼스 이미지를 전개했다면, 뉴발란스는 김연아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균형감각과 곡선이 강조되는 부드러운 이미지로 차별화해 우먼스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올해 가을·겨울(FW) 시즌부터 뉴발란스는 4세대 걸그룹 에스파 멤버 윈터를 새 모델로 발탁, 김연아와 함께 브랜드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김연아에 이어 윈터를 통해 10~20대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입니다. 김연아를 홍보 모델로 발탁한 주방가전 기업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김연아 밥솥’으로 입소문이 나며 주부들을 홀린 쿠첸이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8월 김연아가 쿠첸 모델로 발탁된 뒤 첫선을 보인 ‘브레인 밥솥’ 티저 광고는 하루 동안 유튜브에서만 약 2만회가 훌쩍 넘게 조회됐습니다. 쿠첸에 따르면 티저 광고 직후 해당 밥솥 판매량은 한 달 만에 262% 급증하는 효과를 봤습니다.
쿠첸은 지난 8월 스타필드 고양에 오픈한 팝업스토어에서 김연아가 직접 소비자들에게 그레인 밥솥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는데요. 지난달 2일에는 ‘그레인 밥솥’ 본편 광고를 온에어하는 등 김연아를 내세운 TV CF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2021년 말 이후 약 1년간 TV 광고에서 모델 없이 제품 중심으로 홍보해 오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행보입니다.
이처럼 쿠첸이 김연아와의 연을 유지하는 데에는 박재순 쿠첸 대표와의 오랜 인연이 덕분이라고 하는데요. 박 대표가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2009년 ‘연아의 햅틱’ 모바일 시리즈, 하우젠 에어컨 등 다양한 제품 모델로 활약하며 연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박 대표와 김연아는 그해부터 2012년까지 3년 이상 호흡을 맞추며 신뢰를 쌓아왔고 박 대표가 쿠첸의 재도약을 위해 손을 내밀자 김연아가 이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이외에도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5월 출시한 스포츠음료 ‘게토레이 제로’의 광고 모델로 김연아를 발탁하고 TV, 유튜브 등에서 다양한 광고 영상을 내놨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건강하고 활기찬 이미지와 높은 호감도를 가진 김연아가 헬시플레저 트렌드와 맞물려 칼로리와 당 부담을 줄인 게토레이 제로 모델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2분기 음료 부문에서 스포츠음료 매출이 게토레이 제로 등 신제품 인기에 따라 6.5% 늘어난 만큼, 김연아가 실적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수십 년째 ‘CF퀸’ 타이틀을 놓지 않는 ‘피겨 여왕’ 김연아를 두고 나온 말입니다. 엄청난 팬덤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연예인 못지않게 김연아를 광고모델로 활용했을 때 효과가 여전하다는 뜻인데요. 실적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기업의 긍정적 이미지 형성에 크게 기여하는 만큼 오래도록 김연아를 놓지 못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수십억원대의 모델료를 감수하고도 김연아 외 다른 모델을 추가로 기용하는 등 ‘투트랙’ 전략을 취하는 업계도 있는데요. 오늘은 유통업계가 김연아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파헤쳐보겠습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신발 브랜드 뉴발란스를 전개하는 이랜드월드는 김연아를 두고 ‘뉴발란스의 상징’이라고 칭합니다. 뉴발란스는 2016년부터 요가, 필라테스 등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우먼스 라인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하면서 그해 모델로 김연아를 발탁,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뉴발란스는 김연아의 주 종목인 피겨 스케이팅의 핵심이 ‘균형(BALANCE)’ 인 점에서 브랜드 이미지와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연아가 모델로 발탁된 2016년 겨울 뉴발란스가 선보인 ‘NB 연아 다운자켓’은 그해 10만장 판매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출시한 지 한 달도 안 돼 초도 발주량 중 70%가 팔렸는데요. 2017년 출시한 레터링 레깅스도 10만장 이상 판매되며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입니다. 지난해에는 김연아를 앞세워 숏(짧은 기장) 패딩 트렌드를 반영한 ‘액티브 크롭 숏 다운’을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이끌었습니다. 김연아의 화보를 공개하며 ‘어떤 겨울이든, 가볍게, 따뜻하고 우아하게’라는 콘셉트를 내세운 점이 통했다고 회사는 전했습니다. 김연아를 앞세운 덕분인지 우먼스 라인 매출은 지난해 기준 론칭 연도 대비 약 67% 늘어나며 뉴발란스의 핵심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김연아는 최근까지도 뉴발란스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지난 2월 뉴발란스는 ‘런 유어 웨이’ 캠페인을 공개하고, ‘무슨 생각을 해? 그냥 달려! 너답게’라는 메시지와 함께 김연아가 추천하는 러닝화를 공개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의 마당에서 열린 '2024 런 유어 웨이 서울 대회’에는 김연아가 직접 현장을 찾아 러너들을 독려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뉴발란스 관계자는 “그간 스포츠 브랜드들이 기능성을 강조한 거친 이미지의 우먼스 이미지를 전개했다면, 뉴발란스는 김연아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균형감각과 곡선이 강조되는 부드러운 이미지로 차별화해 우먼스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올해 가을·겨울(FW) 시즌부터 뉴발란스는 4세대 걸그룹 에스파 멤버 윈터를 새 모델로 발탁, 김연아와 함께 브랜드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김연아에 이어 윈터를 통해 10~20대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입니다. 김연아를 홍보 모델로 발탁한 주방가전 기업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김연아 밥솥’으로 입소문이 나며 주부들을 홀린 쿠첸이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8월 김연아가 쿠첸 모델로 발탁된 뒤 첫선을 보인 ‘브레인 밥솥’ 티저 광고는 하루 동안 유튜브에서만 약 2만회가 훌쩍 넘게 조회됐습니다. 쿠첸에 따르면 티저 광고 직후 해당 밥솥 판매량은 한 달 만에 262% 급증하는 효과를 봤습니다.
쿠첸은 지난 8월 스타필드 고양에 오픈한 팝업스토어에서 김연아가 직접 소비자들에게 그레인 밥솥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는데요. 지난달 2일에는 ‘그레인 밥솥’ 본편 광고를 온에어하는 등 김연아를 내세운 TV CF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2021년 말 이후 약 1년간 TV 광고에서 모델 없이 제품 중심으로 홍보해 오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행보입니다.
이처럼 쿠첸이 김연아와의 연을 유지하는 데에는 박재순 쿠첸 대표와의 오랜 인연이 덕분이라고 하는데요. 박 대표가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2009년 ‘연아의 햅틱’ 모바일 시리즈, 하우젠 에어컨 등 다양한 제품 모델로 활약하며 연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박 대표와 김연아는 그해부터 2012년까지 3년 이상 호흡을 맞추며 신뢰를 쌓아왔고 박 대표가 쿠첸의 재도약을 위해 손을 내밀자 김연아가 이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이외에도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5월 출시한 스포츠음료 ‘게토레이 제로’의 광고 모델로 김연아를 발탁하고 TV, 유튜브 등에서 다양한 광고 영상을 내놨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건강하고 활기찬 이미지와 높은 호감도를 가진 김연아가 헬시플레저 트렌드와 맞물려 칼로리와 당 부담을 줄인 게토레이 제로 모델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2분기 음료 부문에서 스포츠음료 매출이 게토레이 제로 등 신제품 인기에 따라 6.5% 늘어난 만큼, 김연아가 실적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 층이 찾는 트렌드는 빠르게 변합니다. ‘왜 이걸 먹고, 찾고, 즐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젊은 문화. 유통업계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이 즐기는 것들이 기업 마케팅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깁니다. 다양한 트렌드를 다루고 연구하는 김세린의 트렌드랩(실험실)에서는 ‘요즘 뜨는 것들’을 소개합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