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무장단체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 항구에 정박하는 세계 각국 선박 대다수를 표적으로 삼으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위협받고 있다. 미국 항만 노동자의 파업이 빠르게 마무리됐지만 중동 지역 내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물류 비용이 여전히 상승 압력을 받는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과 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중국, 러시아 선박을 제외하고 그리스 상업 선박 등에 무차별적으로 협박 이메일을 발송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그리스 선박 등에 “후티 반군의 통과 금지 조치를 위반했다”며 “자체 판단에 따라 필요한 모든 지역에서 선박을 직접 표적으로 삼겠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지난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 후 팔레스타인과 연대를 공언하고 홍해를 건너는 선박에 무차별적 공격을 단행하고 있다. 그리스 해운 업체 콘벌크는 지난 8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뒤 홍해 항해를 중단했다. 독일 컨테이너 운송그룹 레온하르트앤드블룸버그 역시 홍해와 아덴만이 운행 금지 지역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선박이 위험 지역이 된 홍해 대신 아프리카를 돌아가는 경로를 택하고 있다. 수에즈운하를 통한 교통량은 지난해에만 해도 월평균 2000건에 달했지만 지난 8월 기준 800건으로 급감했다. 지중해와 아라비아해를 잇는 주요 해상 경로인 홍해를 건너는 것이 어려워지면 국제 물류 비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한편 글로벌 공급망 불안을 증폭한 미국 동부 항만의 노동자 파업은 3일 만에 마무리됐다. 미국 항만 노동자 4만5000명이 가입한 국제항만노동자협회는 이날 6년간 임금 62% 인상을 조건으로 파업을 끝내기로 사측과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 동해안과 멕시코만 일대 36개 항만의 화물 선적과 하역 작업이 재개됐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