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4일 도쿄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중의원 본회의에서 취임 후 첫 소신 표명 연설을 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한·일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는 것은 양측 이익에 매우 중요하다”며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AP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4일 도쿄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중의원 본회의에서 취임 후 첫 소신 표명 연설을 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한·일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는 것은 양측 이익에 매우 중요하다”며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AP연합뉴스
4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현재 전략 환경 아래 한·일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는 것은 쌍방 이익에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소신 표명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동 정세 등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한·일 간에는 어려운 문제도 있지만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이 쌓은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양국 협력을 더욱 견고하고 폭넓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일도 한층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3년 전 기시다 총리 취임 때보다 양국 관계가 크게 개선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전 총리는 당시 첫 연설에서 한국과 관련해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나가겠다”며 양국 간 갈등을 드러낸 바 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2일 윤 대통령과 첫 전화 통화에서도 “그간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윤 대통령 리더십을 높게 평가하며 앞으로 긴밀히 소통하고 연대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내년에 한·일 관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납치 피해자와 그 가족이 고령화해 시간적 제약이 있다”며 “납치는 인도적 문제이자 국가 주권 침해이며 정권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납북자가 하루빨리 귀국하도록 총력을 기울여 임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자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일본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시바 총리가 식민 지배 등과 관련해 전향적 역사 인식을 갖고 있어 한·일 관계에 많은 기회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시바 총리의 자유민주당 내 약한 기반을 고려할 때 너무 큰 기대감은 금물이란 평가가 나온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역사 교과서, 독도 이슈에 전향적 자세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김동현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