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이 배달 라이더, 골프장 캐디와 같은 특수고용직(특고)의 산업재해를 인정한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재해보험법상의 ‘전속성’ 기준이 폐기돼 인정 범위가 대폭 넓어지면서 특고의 산재보험이 많이 늘어난 여파로 풀이된다.

○산재 승인 급증…특고가 끌어올려

문턱 낮추자…라이더·캐디 산재인정 급증
4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집계한 사고재해자는 11만3465명이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산재 보상 사건을 바탕으로 사고재해자·사망자를 세고 있다.

2019년 9만4047명이던 사고재해자는 4년 새 1만9418명 늘었다. 올 들어 6월까지 5만5764명으로 집계돼 지난해 사고재해자 수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공단 관계자는 “주로 가을과 겨울에 사건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사고재해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고에 대한 산재 인정이 늘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특고란 배달 라이더와 학습지 교사 등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취업자를 말한다. 대표적 특고 업종인 ‘퀵서비스 업(배달업)’ 사고재해자는 2019년 1646명에서 작년 7194명으로 다섯 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택배업’ 사고재해자는 146명에서 1028명으로, ‘골프장 및 경마장운영업’에선 318명에서 1014명으로 각각 일곱 배, 세 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라이더 업무 특성상 교통사고는 물론 사망 위험도가 매우 높아 접수하는 사건 자체가 많다는 설명이다. 배달업 사고사망자는 2019년 8명에서 작년 44명으로 증가했다. 산재보험으로 유족 급여 등을 받은 사건이 늘었다는 얘기다.

○‘전속성’ 폐지에 가입자도 급증

산재보험법상 전속성 요건이 지난해 7월 끝내 폐기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전속성이란 ‘하나의 사업자에 소속돼 노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배달 라이더는 한 사업장에서 월소득 115만원 이상 벌거나 93시간 이상 일한 때에만 산재 인정이 가능했다.

‘플랫폼 근로가 일상화된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전속성 요건을 폐기했다. 이후 산재보험이 늘고 산재 접수 건수도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 4년 차 배달 라이더 A씨는 “예전에는 무보험 차량에 치이거나 빗길에 미끄러져 발이 으스러져도 보상받을 길이 없었지만, 지금은 산재 보상 승인이 나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고 했다.

산재보험에 새로 가입하는 특고 근로자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특고 산재보험 가입자는 전속성 요건 폐지 직전인 작년 6월 80만4222명에서 지난 7월 135만7908명으로 1년 새 70% 가까이 급증했다. 특고 근로자는 사업주가 산재보험료 100%를 내는 일반 근로자와 달리 보험료의 50%를 자부담해야 한다. 이전에는 문턱이 높고, 산재 인정 요건도 까다로워 가입을 꺼리는 사람이 많았다. 또 다른 라이더 B씨는 “2~3년 전만 해도 라이더가 산재보험이 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지만, 산재보험 혜택을 받은 사람이 하나둘씩 생기더니 지금은 대부분이 가입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고 산재 증가를 바뀐 근로 형태에 맞춰 제도를 완화한 사례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전속성 요건이 사라진 뒤 산재 보상 범위가 대폭 넓어졌다”며 “통계청에서도 각종 비정기적 고용을 담을 수 있는 개념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특수고용직에 대한 안전망이 확대된 만큼 이제 직군별 산업 현장 사고를 실질적으로 줄일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시온/곽용희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