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한·미 방위비분담 협정
주한미군의 경비 문제가 명문화된 것은 1966년이다. 한국과 미국이 맺은 주둔군지위협정(SOFA) 5조에는 ‘한국이 시설과 부지를 무상 제공하고, 미국은 주한미군 운영 유지비를 책임진다’고 돼 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서면서 상황이 변했다. 냉전이 누그러진 데다 미국은 무역·재정 적자로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이 경제 발전을 이뤘으니 더 이상 안보 무임승차는 안 된다는 미국 내 여론도 형성됐다.

양국은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맺고 1991년부터 한국이 주한미군 유지비의 일부를 분담하기 시작했다. 한국이 분담할 몫은 한국인 인건비와 훈련장·숙소·교육·작전·통신시설 등 건설비, 탄약 저장·정비 등 군수지원비다. 협상은 3~5년 단위로 체결하는데 1991년 1073억원이던 한국의 분담액은 2019년 1조원을 넘었다.

어제 양국은 12차 협상에서 적용 첫해인 2026년 한국 분담액을 1조5192억원으로 8.3% 늘리고, 2030년까지 매년 물가 상승률(2%대 전망)을 적용해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11차 협상 때 13.9% 인상과 연간 국방비 증가율(4.3%) 적용과 비교하면 선방했다.

관건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다. 그는 집권 때 5배 인상과 주한미군 철수까지 주장했다. 참모들이 “(주한미군은) 3차 대전을 막기 위한 것” “철수 땐 항모전단 추가 배치 등으로 비용이 열 배 더 들 것”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주한미군은 7초 만에 잡아내지만, 알래스카에서는 15분이 걸린다” 등으로 설득해 주저앉혔다(밥 우드워드 <공포>).

물론 트럼프의 5배 요구는 과도하다. 방위비 분담금 외에 합동지휘통제체계(C4I) 사용, 기지 주변 정비 관련 비용도 한국이 지원하고 있다. 도로·항만·공항·철도 이용료, 전기료·가스료·각종 세금 면제 또는 감면 등을 감안하면 한국의 직간접 지원은 3조~4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다.

이런 논리도 안 통하고 트럼프가 대폭 증액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그의 통 큰 거래의 기술을 역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요구를 일정 정도 들어주고 우리의 핵 잠재력 확보를 위한 원자력협정 개정, 핵잠수함 등을 얻는 것이다.

홍영식 한국경제매거진 전문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