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범준 기자
사진=김범준 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끝 모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 비메모리 부진, 고대역폭메모리(HBM) 불확실성 등으로 지난달부터 주가가 20% 가까이 떨어져 ‘5만전자’를 눈앞에 뒀다. 외국인은 19거래일 연속으로 삼성전자를 대규모 순매도해 한 달 동안 9조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증권회사들은 삼성전자 목표가를 하향 조정하면서도 “최근의 주가 하락폭은 과도하다”며 “상승에 대비한 매매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투매 나선 외국인

4일 삼성전자는 1.14% 떨어진 6만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2.96%)를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2.25%), 현대자동차(1.05%) 등 다른 시총 상위주는 상승했지만 삼성전자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9월 들어 이날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18.4% 급락했다. 지난 7월 11일 기록한 전고점인 8만8800원보다 31.76% 하락했다.

외국인 투매가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은 9월 한 달간 8조620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서도 2일 1118억원, 4일 3181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무려 19거래일 연속 순매도다. 지난달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도액은 역대 월간 최대 규모였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의 4조9515억원을 큰 폭으로 웃돈다.
삼성전자 PBR 역사적 저점…외국인 돌아올까
주가가 속절없이 떨어지면서 국내 증시 대표 선수인 삼성전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축소되고 있다. 한때 30%에 육박하던 삼성전자 시총 비중은 이날 기준 19.2%로 2019년 1월 8일(19.0%) 후 약 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외국인 매수세가 SK하이닉스로 쏠려 두 기업 간 외국인 보유율 또한 역전됐다. 지난 2일 기준 SK하이닉스의 외국인 보유율은 53.97%였고, 삼성전자는 연중 최저인 53.75%였다.

“11월부터 분위기 바뀔 것”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가 예상보다 빠른 내년 초쯤 찾아오고, 경쟁사 대비 인공지능(AI) HBM 시장 진입이 늦었으며,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경쟁력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경쟁사 대비 주가 하락이 큰 것은 HBM 경쟁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목표가를 줄하향하고 있다. 9월부터 현재까지 KB·한국투자·키움·메리츠·하나·NH투자 등 19개 증권사가 삼성전자 목표가를 내렸다.

중국 증시 급등도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며 대규모 부양에 나서자 글로벌 자금이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04배로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내려왔고, 아시아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이 증가세이기 때문에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도 장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는 약 80% 진행된 것으로 추정되고 곧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본다”며 “다음달부터는 악재가 사라지면서 다시 상승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