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각종 전자제품을 알아서 통제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보안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폰, TV, PC 등 전자제품에 사용자의 기호와 습관 등 민감 정보가 데이터로 쌓이게 된 데다 여러 기기가 하나로 묶이면서 한 기기만 뚫려도 개인 정보 노출로 이어지게 돼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AI 기능 개선만큼이나 보안 시스템 강화에 사활을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LG, AI 보안에 사활…"개인정보 지켜라"
4일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정보 보안서비스 시장은 올해 1839억달러(약 245조원)에서 내년 2120억달러(약 283조원)로 15.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가트너는 대규모언어모델(LLM) 등 생성형 AI가 전자기기에 적용되면서 기업들의 보안 소프트웨어 관련 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LLM은 외부 데이터센터에 있는 서버를 활용하기 때문에 언제든 사이버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3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 2024’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삼성 녹스’를 통한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모바일 제품을 넘어 TV와 가전 제품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녹스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보안 플랫폼이다. 삼성전자는 보안 레벨이 높은 ‘패스키’를 삼성 계정뿐 아니라 일반 웹 브라우저 로그인에도 쓸 수 있도록 사용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패스키는 내년에 출시되는 TV와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 LCD 터치 스크린인 ‘AI 홈’ 기능이 탑재된 가전 제품에 우선 적용된다.

LG전자도 자체 보안 플랫폼 ‘LG쉴드’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LG쉴드를 통해 민감 정보를 암호화한 뒤 분리된 공간에 안전하게 저장하고, 외부에서 작동 코드를 해킹하거나 변조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보안의 방점을 두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홈 플랫폼 LG씽큐에 생성 AI를 적용하면서 편리성은 높아졌지만 그 반대급부로 개인정보 노출 우려도 커졌다”며 “정보 보안이 취약하면 스마트홈 시대에 뒤처질 수 있다고 판단해 보안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정보 보안에 힘을 주고 있다. 애플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와 결합한 생성 AI 모델 ‘애플 인텔리전스’를 아이폰 등에 담은 걸 계기로 개인정보 보호만 따로 챙기는 외부 보안 전문가를 고용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대다수 IT 기기에 AI 기능이 담기면서 해킹 등 정보 보안 기능이 약화된 상태”라며 “정보보안 사고가 터지면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는 만큼 보안 시스템 투자 확대 트렌드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