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한도 '1억원' 되나…찬반논쟁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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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째 5천만 원으로 묶여 있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해 처리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다만, 한도 상향시 소비자에게 예금보험료 인상분이 전가될 수 있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론도 나온다.
지난 2일 국회 최고위원회에서 이재명 대표는 "금융시장의 불안전성과 위험성이 극히 높아지고 연체율이 치솟고 있어 만에 하나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벌어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예금보호한도를 1억 원으로 높이는 법안을 신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은 금융기관이 영업정지·파산 등으로 인해 고객의 예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될 경우를 대비, 예금보험제도를 운영토록 하고 있다. 보호한도는 금융회사별 예금자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해 5천만 원이다. 지난 2001년 2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상향된 이후 23년째 묶여있다.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뱅크런 공포가 커지자, 예금보호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같은 해 7월 새마을금고 위기설로 보호 한도 상향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 "한국 예금보호 한도 턱없이 낮아"
예금보호 한도 상향을 주장하는 근거로는 한국의 한도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 꼽힌다.
실제 미국은25만 달러(약 3.3억 원), 영국은 8만 5.000 파운드(약 1.5억 원), 캐나다는 10만 캐나다달러(약 1억 원). 일본은 1,000만엔(약 9,000만 원)의 예금보호 한도를 정해 두고 있다. 절대 금액으로 해도 한국보다 모두 약 2~6배가량 많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예금보호한도는 한국의 경우 1.2배 수준이다. 미국(3.3배), 영국(2.3배), 일본(2.1배) 등 해외 주요국에 비해 낮다.
실제 예금보호한도를 초과하는 예금 비중은 꾸준히 상승해 올해 3월 말 기준 전체 예금액의 49.7%에 달했다. 보호받지 못하는 예금이 전체의 절반 가량인 셈이다. 지금의 보호한도가 국내 1인당 GDP와 경제상황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예금보호 한도가 낮아 금융소비자들이 보호 한도에 맞춰서 여러 은행에 쪼개서 예금해야 한다는 점도 불편함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예금자 1인당 평균 약 7.4개 금융사의 계좌를 보유 중이다. ● "보험료 전가 및 쏠림 현상은 우려"
앞서 금융당국은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도 한도 상향이 가능하지만, 향후 찬반 논의, 시장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펼쳤다.
특히 금융당국은 보호 한도 상향을 통한 편익을 소수 고액 예금자만 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2023년 9월말 기준 보호한도 내에 있는 은행권 보호예금자 수 비율은 97.8%다. 현재 5천만 원 넘게 넣어둔 예금자는 100명 중 2~3명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상향으로 인한 예금보험료율 인상 부담은 대출금리 인상의 경로를 거쳐 전체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보호한도가 오르면 금융기관의 예금보험료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현재 예보료율은 은행 0.08%, 보험회사 0.15%, 종금 0.15%, 투자매매·중개 0.15%, 저축은행 0.40%수준이다.
또, 저축은행 등으로 자금이동이 발생해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더 높은 금리를 찾아 예금을 옮기는 '머니 무브'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금융학회는 보호한도를 1억 원으로 상향할 경우,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차등 상향' 의견도 나와
일각에서는 한도를 높이더라도 업권별로 상향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동등 상향 시 비은행으로의 자금이동, 고위험 투자 확대 및 부실발생, 이에 따른 예금보험료율 인상 및 다른 업권에의 부담 전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은행의 보호한도는 상향하되,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의 보호한도는 유지하는 등 차등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을 골자로 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여야를 통틀어 8건 발의돼 있다. 이런 가운데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점유한 민주당 이 대표가 관련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까지 시사하면서 예금보호한도 상향 논의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예원기자 yen88@wowtv.co.kr
다만, 한도 상향시 소비자에게 예금보험료 인상분이 전가될 수 있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론도 나온다.
지난 2일 국회 최고위원회에서 이재명 대표는 "금융시장의 불안전성과 위험성이 극히 높아지고 연체율이 치솟고 있어 만에 하나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벌어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예금보호한도를 1억 원으로 높이는 법안을 신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은 금융기관이 영업정지·파산 등으로 인해 고객의 예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될 경우를 대비, 예금보험제도를 운영토록 하고 있다. 보호한도는 금융회사별 예금자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해 5천만 원이다. 지난 2001년 2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상향된 이후 23년째 묶여있다.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뱅크런 공포가 커지자, 예금보호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같은 해 7월 새마을금고 위기설로 보호 한도 상향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 "한국 예금보호 한도 턱없이 낮아"
예금보호 한도 상향을 주장하는 근거로는 한국의 한도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 꼽힌다.
실제 미국은25만 달러(약 3.3억 원), 영국은 8만 5.000 파운드(약 1.5억 원), 캐나다는 10만 캐나다달러(약 1억 원). 일본은 1,000만엔(약 9,000만 원)의 예금보호 한도를 정해 두고 있다. 절대 금액으로 해도 한국보다 모두 약 2~6배가량 많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예금보호한도는 한국의 경우 1.2배 수준이다. 미국(3.3배), 영국(2.3배), 일본(2.1배) 등 해외 주요국에 비해 낮다.
실제 예금보호한도를 초과하는 예금 비중은 꾸준히 상승해 올해 3월 말 기준 전체 예금액의 49.7%에 달했다. 보호받지 못하는 예금이 전체의 절반 가량인 셈이다. 지금의 보호한도가 국내 1인당 GDP와 경제상황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예금보호 한도가 낮아 금융소비자들이 보호 한도에 맞춰서 여러 은행에 쪼개서 예금해야 한다는 점도 불편함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예금자 1인당 평균 약 7.4개 금융사의 계좌를 보유 중이다. ● "보험료 전가 및 쏠림 현상은 우려"
앞서 금융당국은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도 한도 상향이 가능하지만, 향후 찬반 논의, 시장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펼쳤다.
특히 금융당국은 보호 한도 상향을 통한 편익을 소수 고액 예금자만 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2023년 9월말 기준 보호한도 내에 있는 은행권 보호예금자 수 비율은 97.8%다. 현재 5천만 원 넘게 넣어둔 예금자는 100명 중 2~3명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상향으로 인한 예금보험료율 인상 부담은 대출금리 인상의 경로를 거쳐 전체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보호한도가 오르면 금융기관의 예금보험료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현재 예보료율은 은행 0.08%, 보험회사 0.15%, 종금 0.15%, 투자매매·중개 0.15%, 저축은행 0.40%수준이다.
또, 저축은행 등으로 자금이동이 발생해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더 높은 금리를 찾아 예금을 옮기는 '머니 무브'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금융학회는 보호한도를 1억 원으로 상향할 경우,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차등 상향' 의견도 나와
일각에서는 한도를 높이더라도 업권별로 상향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동등 상향 시 비은행으로의 자금이동, 고위험 투자 확대 및 부실발생, 이에 따른 예금보험료율 인상 및 다른 업권에의 부담 전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은행의 보호한도는 상향하되,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의 보호한도는 유지하는 등 차등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을 골자로 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여야를 통틀어 8건 발의돼 있다. 이런 가운데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점유한 민주당 이 대표가 관련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까지 시사하면서 예금보호한도 상향 논의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예원기자 yen88@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