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오페라도 아쉽지 않다…베르디 본질 꿰뚫은 라 페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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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리뷰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려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려

더욱 가슴 벅차는 것은 라 페니체 극장에서 가장 중요한 지휘자로 손꼽히는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함께 했다는 점. 라 페니체 신년 음악회를 비롯해 많은 프로덕션을 이끈 그의 카리스마에 의해 이탈리아인으로서의 베르디의 정수는 물론이려니와 지난 세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악단의 정체성까지를 서울에서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청중에게 있어서 대단히 축복받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공연이 끝난 뒤에는 이러한 아쉬움이 완전히 연소됨은 물론이려니와 그 이상의 극장적 희열에 휩쌓였을 만큼 엄청난 감동과 인상을 남겼다. 이는 오케스트라용 콘서트 홀이 아니라 정식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콘체르탄테인 만큼 그 넓은 공간 덕분에 음향 과포화로 인한 난반사나 간섭, 저역울림 등등의 문제 없이 라 페니체 음악가들이 조탁해낸 베르디의 온전한 음악적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었던 것이 유효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에 향후 내한하는 오페라 콘체르탄테 프로젝트가 오페라 하우스에서 이루어지기를 적극 추천한다.

더불어 진정한 오페라 지휘의 거장답게 본인 자신이 극과 음악에 몰입하며 스스로 행복해하는 모습을 전달받을 수 있어 가슴이 벅차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적절한 대목마다 박수를 유도하는 모습, 그리고 악단과 솔리스트들에게 보내는 환한 미소, 2막 파티 장면에서 쉬고 있던 금관 주자들이 갑자기 합창을 하는 이벤트 등등, 시종일관 이 콘체르탄테를 축제 분위기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마에스트로의 진심어린 마음 또한 청중을 감동시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라 트라비아타’의 진정한 가치는 오케스트라 파트의 치열한 디테일과 고급스러운 표현력에서 기인한다고 역설한 라 페니체의 연주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막 투우사 입장 장면에서 두 개의 긴 빨간 봉으로 바닥을 치며 스페인의 향기를 자아낸 여성 타악기 연주자의 활약도 흥미로웠다.

정명훈과는 자주 호흡을 맞추었던 탓에 특정 포인트에서의 템포 변화나 호흡이 이질적이지 않고 오케스트라와 한 결을 이룰 수 있었는데, 덕분에 아버지와의 대화와 2중창에서의 감정 표현, 2막 2장 버림받을 때의 흐느낌(이 장면에서의 검은 드레스가 너무 아름다웠다) 및 3막 ‘Addio, del Passato bei sogi’에서의 애절한 탄식에서 시도한 그녀의 색다르면서도 호소력 깊은 해석이 빛을 발했다. 물론 1막 ‘Sempre Libera’의 화려한 콜로라투라 테크닉과 마지막 올려부른 최고음의 스핀토는 역시 페레짜트코만의 전매특허로서 청중으로부터 격한 브라보를 이끌어냈다.

박제성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