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배럴당 200달러 가나"…'최악의 시나리오' 보니 [원자재 이슈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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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유가 배럴당 200달러 만들 수 있을까
유가 배럴당 200달러 시나리오는 가능성 낮아
원유 시설 소규모 공격 땐 유가 오름세 가속
유가 배럴당 200달러 시나리오는 가능성 낮아
원유 시설 소규모 공격 땐 유가 오름세 가속
이스라엘의 이란의 에너지 시설 공격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일각에선 이스라엘이 이란 원유 수출항 등 기반 시설을 공격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브렌트유 사상 최고가는 2008년 기록한 배럴당 147.5달러다. 최악의 시나리오부터 최선의 시나리오까지 점검해봤다.
이란이 정권의 운명을 걸고 이스라엘 뿐 아니라 미국과 일전에 나서는 상황을 가정해야한다. 이란의 지도자가 공습으로 사망하거나 나탄즈와 이스파한 등의 핵 시설 또는 석유 무역의 중심지 카르그섬(Kharg island) 등의 수출 시설과 대형 유전이 폭격으로 완파되는 극심한 타격을 입었을 때 예상되는 모습이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배럴당 200달러 가까이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급 부족을 완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TD 증권의 상품 전략가인 대니얼 갈리는 CNBC에 "문제는 석유 증산 여력이 있는 국가가 중동, 특히 걸프만 국가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유전과 수출항 전면 공습은 미국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미국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가 급등하면 민주당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일 "이스라엘과 이란 원유시설 공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하자 당일 유가가 5% 이상 급등했으나, 다음날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그들(이스라엘)의 처지에 있다면 유전을 공습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들을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핵시설의 경우 이스라엘 단독으로는 전투기로 공습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관측이 나온다. 요르단 시리아 이라크 등 타국 영공을 통과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 이를 극복한다고 해도 너무 멀다. 200㎞ 떨어진 레바논 베이루트와 달리 이란 핵 시설은 1500㎞ 이상 떨어진 이란 내륙의 지하 콘크리트 벙커에 있다. F-15 전투기가 공중급유를 받아도 2000파운드 벙커버스터(BLU-109)를 주렁주렁 달고는 가기 어려운 거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한 번에 확실히 파괴하려면 3만파운드(약 13.6t)의 GBU-57 벙커버스터를 동원해야하는 데 이는 전투기로 운반할 수 없고 대형 전략폭격기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러시아제 S-300 등 방공망과 이란 공군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미 의회조사국(CSR)은 이란 핵시설 폭격을 성공시키려면 각종 지원기 등 항공기 100대 이상의 폭격 패키지를 동원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이스라엘 공군 전력의 3분의 1을 동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는(NYT)는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보복 공격에서 이란 핵시설을 타격할 당장의 계획은 없다고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물론 이스라엘이 핵시설을 겨냥해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지만, 완벽한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작다는 얘기가 나온다.
마흐샤르 석유 터미널을 비롯해 호르모즈간 인근 파이프라인과 석유 저장탱크 등이 목표물로 예상된다. 씨티은행은 이스라엘이 소규모 석유 인프라를 공격하면 최대 일일 45만 배럴의 일시적 생산량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란 원유 운송량의 약 90%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카르그섬 시설을 부분적으로 파괴할 경우에도 일부 수출 차질이 예상된다.
페르시아만 안쪽 카르그섬 등은 내륙 핵시설에 비해 공격이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9일 1700㎞ 떨어진 예멘 호데이다항의 후티 반군 근거지를 폭격하기도 했다.
미국의 유가 상승 대응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변수다. 2022년 이후 지속적으로 방출한 탓에 현재 약 3억8300만배럴 남아있는 전략비축유와 4억1300만 배럴 규모의 상업용 원유 재고를 활용해야 한다. 미국 전략비축유는 최대 용량의 약 50%밖에 채우지 못한 상태다. 미국은 하루 평균 약 2000만배럴의 석유를 소비한다.
이스라엘이 정유소를 공격한다면 휘발유 등 석유 정제 제품 생산이 타격을 입고 이란 국민들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지난 1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180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 주요 도시의 주유소 밖에는 연료를 넣기 위해 차량들이 긴 줄을 서는 등 주민들이 기름 사재기에 나섰다.
정유시설을 공격할 경우 갈 곳을 잃은 이란산 원유가 수출 시장에 헐값에 풀릴 전망이다. 중국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이란은 올해 2분기에 하루 약 330만배럴 원유를 생산해 절반가량인 약 170만배럴을 수출했다. 원자재 정보기업 케이플러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는 사실상 전부 중국으로 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제재로 다른 나라는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는다.
하마스의 일인자이자 지난해 10월 7일 기습의 주역인 야히야 신와르도 건재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하마스 당국자를 인용해 "그는 땅굴에서 버티며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1년 이상 지속된 전쟁으로 전투기와 조종사의 피로도가 상당한데다 폭탄과 미사일 등 무기도 무한대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①이란 핵시설, 유전·수출항 전면 공격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다. 하루 수출량이 170만배럴 정도인 이란의 수출이 중단될 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의 수출까지 가로막을 경우 유가는 단기간에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이란이 정권의 운명을 걸고 이스라엘 뿐 아니라 미국과 일전에 나서는 상황을 가정해야한다. 이란의 지도자가 공습으로 사망하거나 나탄즈와 이스파한 등의 핵 시설 또는 석유 무역의 중심지 카르그섬(Kharg island) 등의 수출 시설과 대형 유전이 폭격으로 완파되는 극심한 타격을 입었을 때 예상되는 모습이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배럴당 200달러 가까이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급 부족을 완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TD 증권의 상품 전략가인 대니얼 갈리는 CNBC에 "문제는 석유 증산 여력이 있는 국가가 중동, 특히 걸프만 국가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유전과 수출항 전면 공습은 미국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미국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가 급등하면 민주당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일 "이스라엘과 이란 원유시설 공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하자 당일 유가가 5% 이상 급등했으나, 다음날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그들(이스라엘)의 처지에 있다면 유전을 공습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들을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핵시설의 경우 이스라엘 단독으로는 전투기로 공습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관측이 나온다. 요르단 시리아 이라크 등 타국 영공을 통과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 이를 극복한다고 해도 너무 멀다. 200㎞ 떨어진 레바논 베이루트와 달리 이란 핵 시설은 1500㎞ 이상 떨어진 이란 내륙의 지하 콘크리트 벙커에 있다. F-15 전투기가 공중급유를 받아도 2000파운드 벙커버스터(BLU-109)를 주렁주렁 달고는 가기 어려운 거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한 번에 확실히 파괴하려면 3만파운드(약 13.6t)의 GBU-57 벙커버스터를 동원해야하는 데 이는 전투기로 운반할 수 없고 대형 전략폭격기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러시아제 S-300 등 방공망과 이란 공군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미 의회조사국(CSR)은 이란 핵시설 폭격을 성공시키려면 각종 지원기 등 항공기 100대 이상의 폭격 패키지를 동원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이스라엘 공군 전력의 3분의 1을 동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는(NYT)는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보복 공격에서 이란 핵시설을 타격할 당장의 계획은 없다고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물론 이스라엘이 핵시설을 겨냥해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지만, 완벽한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작다는 얘기가 나온다.
②소규모 수출항 파괴
한 두 곳의 수출항이나 소규모 시설을 공격하는 선택지도 있다. 이란은 여러 곳의 수출항을 운영하며 파이프라인으로 일부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 바깥쪽인 오만해의 대체 석유 수출 터미널로 운송해 수출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공급 차질로 유가 오름세가 가팔라질 전망이다.마흐샤르 석유 터미널을 비롯해 호르모즈간 인근 파이프라인과 석유 저장탱크 등이 목표물로 예상된다. 씨티은행은 이스라엘이 소규모 석유 인프라를 공격하면 최대 일일 45만 배럴의 일시적 생산량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란 원유 운송량의 약 90%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카르그섬 시설을 부분적으로 파괴할 경우에도 일부 수출 차질이 예상된다.
페르시아만 안쪽 카르그섬 등은 내륙 핵시설에 비해 공격이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9일 1700㎞ 떨어진 예멘 호데이다항의 후티 반군 근거지를 폭격하기도 했다.
미국의 유가 상승 대응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변수다. 2022년 이후 지속적으로 방출한 탓에 현재 약 3억8300만배럴 남아있는 전략비축유와 4억1300만 배럴 규모의 상업용 원유 재고를 활용해야 한다. 미국 전략비축유는 최대 용량의 약 50%밖에 채우지 못한 상태다. 미국은 하루 평균 약 2000만배럴의 석유를 소비한다.
③아바단 정유시설 공습
이스라엘이 이란 아바단의 대규모 정유시설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바단은 쿠웨이트와 가까운 해안에서 멀지 않은 약 1400㎞ 떨어진 곳에 있어 이스라엘의 단독 공습이 가능하다.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이란 국내 시장을 위한 가솔린을 생산하는 정유 단지에 대한 이스라엘의 집중 공격은 단기적으로 테헤란에 타격을 줄 것이지만 글로벌 (원유)시장에 동일한 역효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란이 재보복이 예상되며 국제유가는 오름세를 지속할 전망이다.이스라엘이 정유소를 공격한다면 휘발유 등 석유 정제 제품 생산이 타격을 입고 이란 국민들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지난 1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180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 주요 도시의 주유소 밖에는 연료를 넣기 위해 차량들이 긴 줄을 서는 등 주민들이 기름 사재기에 나섰다.
정유시설을 공격할 경우 갈 곳을 잃은 이란산 원유가 수출 시장에 헐값에 풀릴 전망이다. 중국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이란은 올해 2분기에 하루 약 330만배럴 원유를 생산해 절반가량인 약 170만배럴을 수출했다. 원자재 정보기업 케이플러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는 사실상 전부 중국으로 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제재로 다른 나라는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는다.
④탄도미사일 제조시설, 군사기지 공격
이스라엘이 비교적 온건한 보복에 그칠 수도 있다. 지난 4월에도 이스라엘은 자국에 대한 이란의 첫 번째 공격에 대응해 드론으로 이란 나탄즈 핵시설 인근의 S-300 방공포대를 파괴하는 데 그쳤다. 지금도 눈앞의 헤즈볼라를 철저하게 무력화하는 게 우선이다. 공군 지원이 약해질 경우 레바논에 진입한 이스라엘 지상군이 작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하마스의 일인자이자 지난해 10월 7일 기습의 주역인 야히야 신와르도 건재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하마스 당국자를 인용해 "그는 땅굴에서 버티며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1년 이상 지속된 전쟁으로 전투기와 조종사의 피로도가 상당한데다 폭탄과 미사일 등 무기도 무한대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