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친환경 제련, 전기차 산업의 핵심 경쟁력
국내 최고 비철 제련 업체의 경영권 분쟁을 두고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2차전지 연구자인 필자는 산업적 관점에서 제련산업에 주목한다. 제련산업은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인 2차전지, 전기자동차산업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제련산업이 대체 전기차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전기차 핵심 부품인 2차전지에 들어가는 전극 소재에는 니켈, 코발트, 망간과 같은 금속이 포함되는데, 이들은 제련 과정을 통해 원광석에서 추출된다. 쓰고 버린 폐배터리도 일종의 제련 과정인 재활용을 거쳐 금속 추출돼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다. 그렇다고 해도 제련 기술이 특별히 중요할까. 제련은 인류 문명과 궤를 같이할 정도로 전통적인 기술인데.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 믿기 어려운 가격에 자율주행 기능까지 곁들여 시장 경쟁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반면 전통 서구 완성차 업체들에서는 정리 해고, 공장 폐쇄 등 절박한 소식들이 들려온다. 2차전지 공급망을 보면 더 큰 한숨이 나온다. 중국은 세계 곳곳에 있는 광산을 선점했을 뿐만 아니라 광석을 본국으로 가져와 제련하는 과정을 통해 원재료 공급망을 견고하게 확립했다. 여기에 제련 기술의 모순적 상황이 있다. 제련에는 많은 전기에너지가 소모되는데, 중국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환경을 훼손하면서 전기에너지를 생산해 왔다.

경제성 있고 친환경적인 제련 기술은 2차전지 공급망의 길목에서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결정한다. 더욱이 제련 기술은 노하우성 기술이다. 같은 장비와 매뉴얼을 제공해도 업력을 다진 업체만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반응기의 정밀한 설계, 맞춤형 운전 방식, 폐기물 처리 과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무엇보다 경험 많은 작업자 간 팀워크가 필수적이다. 전통적인 기술이지만 공학적 원리로 다 설명하지 못하는 두 얼굴의 기술이다. 이번 경영권 분쟁을 보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도 수십 년간 쌓아온 노하우와 조직 문화에 금이 가는 것이다. 내부 장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중국으로 기울어 가는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보며 필자는 미국이 중국의 특허 침해 여부와 탄소 배출 정도를 면밀히 분석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칙 프레임을 씌우기 좋은 대목이다. 우리나라에는 좋은 반사적 기회가 될 것이며, 국가적 차원에서 제련 기술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필자가 공과대학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역량은 수학, 과학 분야의 기본기다. 기본기가 튼튼해야 새로운 기술 영역에서 성을 쌓을 수 있다. 2차전지, 전기차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배터리 시장 점유율로 단기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제련을 포함한 밸류체인이 전기차의 대전제인 친환경에 얼마나 충실한지를 따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