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작년보다 36배 성장한 인도 파생상품시장, 투자자 93%는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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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PRO]작년보다 36배 성장한 인도 파생상품시장, 투자자 93%는 '손실'
인도 증시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인도 옵션 상품 거래량이 전년보다 36배 가량 늘어나는 등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증시 과열로 투기성 거래가 많아지면서 인도 옵션 투자자 가운데 93%는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금융당국은 손실규모가 커지자 파생시장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7일 블룸버그와 세계파생상품협회에 따르면 인도 봄베이증권거래소(BSE)의 연초 이후 8월 말까지 누적 옵션 거래량(계약 수 기준)은 192억5501만 계약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518%나 급증했다. 올 들어 인도 증시가 연초 대비 13% 넘게 상승하고 현대차 인도 법인을 비롯한 대어들이 증시에 입성하면서 파생상품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BSE 주식 옵션 거래량은 2019년만 해도 연간 기준 23만계약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2020년 1억9570만계약 △2021년 6억5703만계약 △2023년 54억4615만건으로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 2019년 만기가한 주 단위로 짧은 '위클리 옵션'이 도입되면서 거래가 활성화됐다.

인도 내 개인 투자자가 급증하는 점도 옵션 시장 성장세를 만들고 있다. 인도 국립증권거래소(NSE)에 등록된 개인 투자자 수는 지난 8월 1억명을 돌파했다. 2020년 3100만명 수준에서 불과 4년 사이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옵션 시장이 과열되면서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에 따르면 2022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3년간 인도 내 파생상품 투자자의 93%는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3년간 누적된 개인 투자자 파생상품 손실액만 215억달러(약 28조9884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 손실액이 커지자 인도 금융당국은 파생상품 시장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지난 2일 SEBI는 11월부터 위클리 옵션 시장에서 투자자가 거래소당 1계약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지수파생상품의 최소거래량은 기존 대비 3배 이상 올려 150만루피(약 2400만원)로 정한다고 밝혔다. 인도 내 대표적인 증권거래소인 BSE는 운영하던 3가지 지수옵션 상품을 2가지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인도 파생상품 시장 규제가 강화되면서 고수익을 노리던 헤지펀드들이 인도 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고빈도트레이딩(HFT) 펀드들과 인도 내 일부 펀드들은 거래 비용이 상승하면서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며 "주식 옵션 거래량의 최소 1/3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인도 파생상품 시장 과열이 과거 한국 파생상품 시장과 닮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1년 기준 코스피200의 선물 거래량은 세계 3위, 코스피200 옵션 거래량은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당시 현물거래량의 약 40배가 파생상품 시장에서 거래됐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과열을 우려하여 2011년 옵션매수 전용계좌를 폐지하고, 2012년에는 옵션 거래승수를 기존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하면서 한국 파생상품 시장은 급격히 침체를 맞았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