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진출했다가 국내로 돌아온 유턴기업이 지난 5년간(2019~2023년) 108개에 그쳤다. 한 해 21곳 남짓에 불과하다. 일본은 매년 600~700개 기업이 복귀하고 미국도 2014~2018년 연평균 482개사가 돌아왔다. 경제 규모를 감안해도 우리가 월등히 적다.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이후 공급망 안정 필요성이 커지면서 세계적으로 리쇼어링(국내 복귀) 바람이 불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딴 나라 얘기’다. 오히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은 역대급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해외직접투자를 통해 해외로 나간 국내 기업은 2816개로 유턴기업(22곳)의 128배에 달했다.

좁은 내수시장과 갈수록 강해지는 보호무역주의 탓에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은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유턴기업을 늘리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경직된 노동시장과 겹겹이 쌓인 규제가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8년 해외 진출 제조업체 150개를 조사한 결과 96%가 ‘국내 복귀 계획이 없다’고 했는데 그 이유로 22% 정도가 고임금 부담과 노동시장 경직성, 인센티브 부족, 과도한 기업 규제를 꼽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1년 조사에선 유턴을 저해하는 규제로 노동 규제, 세제, 환경 규제 등이 지목됐다.

정부도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2014년부터 유턴기업 지원법을 시행하며 기업들의 국내 복귀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원액을 늘리고 해외 사업장 감축 등 지원 조건도 완화했다. 그런데도 별무신통이다. 이는 단순한 인센티브 제공만으론 역부족이며 비즈니스 여건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뜻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지난 7월 발표한 국제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기업 여건은 67개국 중 47위였다. 그만큼 기업하기 좋은 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경직된 주 52시간 규제, 수도권 규제, 징벌적 상속세율처럼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한 규제를 그대로 둔 채 해외 진출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길 바라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