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정부가 햇살론 등 정책금융상품 대출을 받은 서민들의 원금을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여파로 서민들의 대출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다.

정부가 대신 갚아준 서민 대출, 올해 1조 넘어
6일 서민금융진흥원이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서민 정책금융상품의 대위변제 금액은 총 1조551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위변제는 차주가 갚지 못한 대출금을 정책기관이 대신 변제해주는 것을 말한다.

최저신용자를 지원하는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은 25.3%까지 치솟았다. 서금원이 100만원을 대출해줬을 때 25만3000원을 정부가 대신 갚아줬다는 얘기다. 햇살론15 대위변제율은 2020년 5.5%에서 2022년 15.5%, 작년 말엔 21.3%로 상승했다.

‘햇살론뱅크’ 대위변제율도 14.6%로 집계됐다. 햇살론뱅크는 저소득·저신용자가 은행 등 1금융권으로 넘어가도록 돕는 ‘징검다리 대출’이다. 만 34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햇살론 유스’ 대위변제율은 11.8%, 신용평점 하위 10%인 최저신용자에게 내주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은 25%에 달했다.

현 정부의 대표적 서민 정책금융상품인 소액생계비대출의 8월 말 기준 연체율도 26.9%로 작년 말(11.7%) 대비 15.2%포인트 상승했다. 연체 잔액은 2063억원에 달했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저신용·저소득 취약 차주를 대상으로 최대 100만원의 자금을 신청 당일 즉시 빌려준다.

서민들의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취약계층의 ‘급전 창구’인 카드 대출 잔액은 8월 말 기준 44조6650억원에 달했다. 금융당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3년 이후 최대치다. 빚을 갚지 못한 차주들의 채무조정(신용회복) 신청 건수도 작년 18만5000건을 기록했다. 2004년(28만7000건)과 2005년(19만4000건)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다.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